![]() |
||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신당이 어떤 형태로 창당될지 구체적인 밑그림들이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오는 17일 공식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국민동행)'이 신당과 함께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 측도 신당과 행보를 같이 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신당 대표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게 사실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 개인지지율이 신당 기반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고,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은 신당이 호남에서는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막상 창당되면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왜냐하면 안철수 의원 측이 명망가 영입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일,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실행위원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12개 권역 총 466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몇몇 인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소한 이름들이다.
안 의원 측은 신당의 기반이 될 실행위원으로 서울 113명, 경기 72명, 인천 28명, 대전 32명, 충남 16명, 충북 14명, 광주·전남 80명, 전북 61명, 부산·경남 41명, 제주 9명의 실행위원 인선을 마쳤고, 앞서 지난 9월 발표한 1차 호남지역 실행위원 68명을 포함, 총 534명의 실행위원 인선을 마무리했지만, 전국적인 지명도를 지닌 인사는 손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실행위원들은 주로 지역에서 활동하게 되지만 일부 정치권, 법조계 출신 인사를 제외하면 무게감이 매우 떨어져 보인다는 평가다. 군소단체 소속이거나 개인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지방선거에서의 신당파괴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국민동행’ 인사들과 손학규 고문 측이 합류할 경우 그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다.
우선 당장 국민동행에는 권노갑·김덕룡·이부영·이우재·이창복·정대철 전 의원 등 1980년대 '민추협' 멤버인 동교동, 상도동 일부 인사들과 인명진 목사, 김영춘·김효석 이계안·장세환 전 의원 등 33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들은 정치권에서 나름대로 상당한 지명도를 갖춘 명망가들이다.
여기에 손 고문이 가세하게 된다면 신당은 단숨에 ‘제 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을 뛰어 넘어 새누리당 지지율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솟아 오를지도 모른다.
특히 당 대표로 이명박정부 당시 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총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안 의원 측은 국민동행 김덕룡 대표와 가까운 정 전 총리를 신당 대표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으며 그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들이 모두 신당에 합류할 경우 명망가 영입에 실패했다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그들이 ‘안철수 신당’이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 구현’에 합당한 ‘새로운 인물’이냐 하는 점이다.
적어도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구시대 정치인’으로 낙인찍혀 있다는 점에서 그들 세력을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은 의미가 없다.
기존의 정당과 기성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염원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이른바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는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주변 세력으로 밀려난 인사들과 손을 잡고 신당을 만든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뜻이다.
어쩌면 이것이 신당이 안고 있는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신당이 정말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려면 ‘국민동행’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참패가 우려되니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동행과 손 고문, 정 전 총리가 함께하는 신당이라면 분명 파괴력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당을 국민들이 과연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인정해 줄지는 의문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