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역시 애매모호했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3-11-28 12: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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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8일 사실상 ‘안철수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창당 시기나 참여인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즉답을 피해갔다.

    새누리당이 이날 안 의원의 정치 세력화 기자회견과 관련해 ‘간보기’, ‘애매모호’라는 용어를 동원하면서 공세를 퍼붓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당연히 지향점은 창당”이라면서도 창당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로드맵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게 전부다.

    물론 “지방선거에서는 최선을 다해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다.

    결국 안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기자들이 그 뜻을 해석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아직 창당 시기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창당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당에 참여하는 인사에 대해서도 “창당 추진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며 “새정치 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 속도감 있게 여러분들을 만나 말씀 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해 갔다.

    결국 신당 창당을 하겠다고 공식선언했지만, 여전히 창당 시기나 참여인사들에 대해서는 베일에 가려있는 셈이다.

    야권연대 문제도 그렇다.

    그는 야권연대를 하느냐는 질문에 “새정치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정치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드는 것이 새 정치를 추진하는 목표”라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아주 간단하게 ‘한다’ 또는 ‘안 한다’고 말하면 되는 것도 이렇게 기자들을 힘들게 만든다.

    오죽하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의원은 존재감 부각을 위해 국민을 상대로 뜸들이며 눈치를 보는 '간보기 정치' '평론가 정치' '훈수 정치'를 그만하기 바란다"고 꼬집었겠는가.

    홍문종 사무총장도 “안철수 의원이 애매모호하고 (창당을)언제 한다든지, 확실한 정강정책이 무엇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 아직 계속 말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안 의원의 현실적인 처지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안 의원 측 내부에서는 지방선거 전에 창당을 하느냐, 아니면 총선을 겨냥해 창당을 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비중 있거나 참신한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창당 일정을 뚜렷이 밝히기가 어려울 것이다.

    적당히 눈치 보다가 괜찮은 인재가 몇 명 들어오면 그 때 참여인사를 공개하고, 창당시기를 구체화하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국민이 기대하는 ‘새정치’가 아니다.

    비록 아직은 비중 있는 외부 인사 영입에 실패했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창당시기를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끝까지 유능한 외부인사를 영입하지 못하고, 그런 이유로 창당을 포기한다면 그것을 어찌 ‘새정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현재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보다 월등하게 높은 건 사실이다.

    실제 지난 2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전국의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37.9%, 신당 27.3%, 민주당 12.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신뢰도 95% ± 오차범위 3.7%포인트다.

    하지만 안 의원이 뭔가 잘하고 있어서 신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신당 지지 이유로 '현재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는 답변이 41.6%로 가장 많았다. 즉 안철수 세력이 좋아서 지지하는게 아니라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기존정당이 못해서 지지한다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는 말이다. 결국 신당 지지도는 순도 100%의 지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지지자 성향이 겹치는 민주당이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경우 지지율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 측은 순도 100% 지지를 이끌어 내기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보다 확실하고도 분명한 로드맵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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