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계절...박원순 VS. 안철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01-15 12: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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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정치가 '배신의 계절'을 맞았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잔인한 계절’이다.

    특히 그 적나라한 모습이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6일에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라는 일대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말끔한 차림의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가 수염이 덥수룩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를 양보한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안철수 교수는 “저에게 보여주신 기대는 온전히 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 여긴다”며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박원순 변호사는 "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기 힘든 이런 결론을 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당시 <시민일보>를 비롯한 각 언론은 ‘50%의 지지율을 받던 안철수 교수가 5%의 지지율에 불과한 박원순 변호사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그때만 해도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이 한 배를 탄 정치적 동지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선거철, 즉 ‘배신의 계절’을 맞이한 지금은 어떤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안 의원과 박 시장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간극도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배신한 쪽은 박원순 시장이다.

    이른바 안철수신당이 창당되면 박시장이 ‘신당입당 0순위’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박 시장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실제 안 의원 측 송호창 의원이 그에게 민주당을 나온 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그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정치를 함에 있어서 원칙과 상식이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이 지금은 인기가 좀 없긴 하지만 지금 탈당하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안철수 측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서울시장 독자후보를 내겠다며 박 시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 시장이 "안철수 의원과 저는 새로운 정치라는 접점이 있고, 신뢰관계가 아직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자주 뵙진 못했지만 기회를 만들어 뵙겠다"고 읍소했지만, 안 의원 측은 독자후보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실제 김효석 새정추 공동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을 계속 고집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계안 새정추 공동위원장도 "민주당이 박 시장한테 신분을 나타내는 유니폼인지 무대에 올라가서 입고 있는 무대의상인지는 아마도 본인도 고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윤여준 새정추 의장 역시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 간) 개인적 인연이 앞설 수 없다"며 서울시장 선거에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안철수 의원은 최근 장하성 고려대 교수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비록 장 교수가 불출마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이 사건은 안 의원이 이미 박 시장을 배제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안철수 측 새정치추진위원회 내부에서는 무조건 서울시장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마디로 ‘배신의 칼’을 휘두른 박 시장에게 신당 측이 ‘보복의 칼’로 맞대응 하는 셈이다.

    가뜩이나 박 시장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시점에 안철수신당이 독자후보를 낸다면, 그의 재선가도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신당으로서는 독자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없다. 지방선거의 최대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조차를 내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안정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지나 대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울시장 후보를 내야 하는 게 안철수 의원의 입장이다.

    이래저래 6월은 두 사람에게 잔인한 계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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