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폐지’ 포퓰리즘 공약의 후유증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02-26 15:08:11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 각 정당의 후보들은 물론 무소속 안철수 후보까지 모두가 기초선거에서의 ‘공천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왜 그랬을까?

    한마디로 표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 불신이 깊은 상태에서 공천폐지 찬성여론이 높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공천폐지를 약속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로인해 나타날 후유증, 즉 정당 책임정치 실종, 장애인이나 여성 등 사회자 약자들의 정계진출 통로 차단, 후보들의 난립, 지방토호 세력의 발호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단순히 꼴 보기 싫은 정치인들이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통쾌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공천폐기 공약은 국민의 뜻을 따른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국민을 속이고 선동해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인 셈이다.

    즉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 발전의 장기적인 비전이나 목표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대중의 인기를 이용해 선심성 정책으로 내세운 공약이라는 말이다.

    지금 그 무책임한 공약이 부메랑이 되어 여야 각 정당을 강타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무조건 약속을 지키라”는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공천폐지보다 더 바람직한 상향식 공천을 대안으로 제시해도 막무가내다.

    국민들은 책임정치 구현이나, 우리나라 정치 발전과 같은 장기적인 비전보다 우선 당장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표피적인 사실만보고, 야당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의 처지가 좋아진 것도 아니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의 처지가 요즘 말이 아니다.

    당초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신의 취임 1년인 25일까지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 여부를 본 뒤 무공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무공천을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일단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시한인 이달 말까지는 박 대통령에게 공약 이행 입장표명을 다시 요구, 시간을 벌어놓은 상태지만 그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당내 진통도 계속되고 있다. 무공천 주장에 이어 지난 대선때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걸었던 문재인 의원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손학규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등 많은 분들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공약 당사자였던 문 의원은 정확한 입장을 오늘 중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주홍 의원도 "문 의원의 침묵을 이해할 수 없다. 그분이야말로 정당공천을 폐지시키겠다고 공약했던 장본인 아닌가"라며 "민감한 사안마다 당론과 상관없는 자기 입장을 잘도 발표해오던 문 의원 아닌가. 박 대통령의 침묵만 비난받을 일이고 문 의원의 침묵은 감싸줘야 하고 눈감아줘야 하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공천포기를 선언한 새정치연합이 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물론 당장은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올라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중에 공천폐지 후유증이 더 심각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비난은 모조리 안 의원이 짊어져야 할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이런 중대한 결정이 김효석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대표나 강봉균 전북지역 새정치연합 준비위원장 같은 상당한 비중의 인사들도 모르는 사이에 결정됐다는 점에서 차후 ‘안철수 사당’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의 대권욕심을 위해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 선거를 준비 중인 새정치연합 예비후보들의 의견조차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천포기를 결정했다면, 이것은 지독한 ‘독선’이자 ‘불통’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안 의원이 꿈꾸는 새정치가 그런 시스템의 정당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라면 실망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