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1조9000억원대 기업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5)이 사실상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현 회장 측 변호인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위현석)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방대한 양의 수사기록을 건네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세한 의견 제시는 어렵다"면서도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같이 기소된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57) 측 변호인 역시 "동양증권을 통해 CP를 매수한 뒤 발행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면서도 "동양증권은 CP를 발행한 회사가 아니고, CP발행과 관련해 현 회장이나 발행회사 대표이사들과 공모하지도 않았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CP를 판매한 창구 직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표이사 차원에서 부도를 알면서 CP 판매를 강요했다거나 거짓으로 투자유치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검찰의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의견 피력을 시사했다.

반면 일부 피고인 측에서는 "검찰의 증거목록이 피고인별로 특정돼 있지 않아 관여되지 않은 부분까지 모두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증거목록 수정을 요구했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다음 공판준비기일까지 수정된 증거목록을 제출키로 했다.

현 회장은 지난해 2월22일부터 9월17일까지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옛 동양캐피탈) 등 상환능력이 없는 동양계열사의 기업어음(CP) 및 회사채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1조3032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7~9월 동양레저가 발행한 CP 등 총 6231억원 상당의 어음을 동양파이낸셜 등 다른 계열사가 매입토록 지시하는 등 모두 모두 6652억여원을 계열사끼리 부당지원토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 회장과 공모한 정 전 사장,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사장(45),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40) 등의 개인 비리 혐의까지 더하면 전체 범죄 혐의 액수는 2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현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3월5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민장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