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정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03-12 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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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으로 정국이 어수선하다.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주 자살을 기도했다 입원해있던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를 12일 오전 체포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달 28일부터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검찰에서 문서위조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국정원에서 애초에 어떤 지시를 받고 위조 문건을 만들었는지, 또 유서에 썼던 가짜서류 제작비는 뭘 뜻하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문건 입수를 처음 지시한 국정원 비밀요원인 김 모 조정관 이른바 '김 사장' 과 문건 위조를 시인한 국정원 협력자 김 씨, 문건을 공증한 선양총영사관 이 모 영사 등 세 명이 문건 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향후 수사의 초점은 국정원이 증거 위조를 언제쯤 인지했는지 혹은 묵인하거나 지시했는지 여부다. 국정원 윗선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느냐는 것도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할 부분이다.

    협력자 김 씨에게 급여와 문서제작비까지 지급됐다면 상부 결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먼저 대공수사팀 지휘라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사실 남 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는 국방안보 특보로 남 원장을 임명했다. 이후 그는 박 후보의 국방안보 분야 실세로 자리매김했고, 지난해 3월22일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에 올랐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야권의 남재준 원장의 해임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줄곧 남 원장에게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이제 증거조작 의혹 사건으로 인해 그런 신뢰관계가 깨졌다.

    증거조작은 사법정의와 법치주의를 모독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든 중대 범죄행위다. 그 행위에 대해 남 원장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국정원은 지난 일요일 한밤중에 증거조작 여부와 구체적 경위는 밝히지 않은 채 단순 사과 발표문을 내놓고 말았다.

    위조사실을 전면부인하다 협력자 자살사건 이후 협력자에게 위조 책임을 떠넘기며 꼬리자르기를 시도했던 국정원이다. 따라서 발표문에는 당연히 구체적 경위와 증거조작 여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완전히 배제됐다.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남재준 국정원장 등 국정원 수뇌부의 책임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이 없었다.

    그래서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남 원장이 문서 위조를 몰랐다면 시급히 문서 진위여부에 대해 검증을 지시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조치가 없었다. 이는 남 원장이 증거조작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설사 남 원장이 증거조작 사실을 몰랐더라도 국정원장으로서의 지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남 원장은 박 대통령이 경질하기 이전에 스스로 국정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자신을 신뢰하고 중용해 준 인사권자에 대한 예의이자 도리일 것이다.

    다만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를 빌미로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등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아직은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고, 그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다. 검찰 최종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에 특검을 도입해도 늦지 않다. 더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북한 정보 수집망인 대북 휴민트(HUMINT)가 한층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남 원장이 스스로 물러서는 한편 증거조작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문책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사건을 정치적으로 확대해 국정원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국가안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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