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노역'판결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 불명예 퇴임 후폭풍

    사건/사고 / 뉴시스 / 2014-03-30 17:04:21
    • 카카오톡 보내기
    법조계 당혹··· "재판 독립성 흔딜릴 수도"
    '황제 노역' 파문과 함께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이 불명예 퇴임하면서 지역 법조계가 당혹감에 빠졌다.

    30일 지역의 한 중견 판사는 "멘붕이다. 수일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검찰이 선고유예를 요청한 것을 뿌리치고 죄를 물었음에도 마치 법원이 모든 비난을 뒤집어 쓰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A 법조인은 "장 법원장은 매우 인간적인 판사로서 많은 후배들에게 표상이었는데 불명예스럽게 떠나게 돼 눈물이 난다. 법조계 큰 어른인데 여론의 뭇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모든 짐을 지고 가는 것 같아 죄송함도 앞선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 같은 동정론과 함께 장 원장이 기존 판결로 인해 여론의 압력을 받아 사퇴하면서 법관의 신분 보장과 재판의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B 판사는 "법관이 과거에 내린 판결로 옷을 벗는 것은 법조 역사상 최초나 다름없을 것 같다"며 "특히 선고 당시 각계에서 탄원서와 호소문이 빗발쳐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는데 아쉬움이 짙다. 향판제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 역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중진판사는 "현행 사법체계는 법관이 부당한 압력을 받지 않고 양심과 신념에 따라 독립된 판결을 할 수 있도록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며 "법관의 신분이 사회적 여론에 흔들릴 경우 사법부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 판사는 "법관 또한 불완전한 인간이다. 재판의 오류 가능성이 내재돼 있는 만큼 상급심이나 재심제도 등을 통해 이를 가려내고 있다"며 "장 원장의 사퇴는 후배 법관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겠지만 재판의 독립성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장의 사퇴가 국민의 법 감정을 도외시한 기계적인 재판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허 회장 재판 당시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지역경제를 위해 선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으나 불과 4년 만에 정반대 여론이 형성된 것에 비춰보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국민의 법 감정을 재판에 고려하는 것이 위험천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여론이라는 것은 다양한 사회적 요소에 따라 시기별로 정반대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며 "이번 일로 법관들이 여론을 도외시하고 기계적인 재판에 치우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의 사법적 눈높이에 대한 깊은 고심이 필요하다는 자기성찰론도 제기되고 있다.

    목포지역 한 변호사는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 등 공익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사회 지도층이나 기업인의 부패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과 법 감정, 사법적 눈높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장 법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철저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 볼 필요성 있다"며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본질적 문제점을 보완, 이를 법운용과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법원장은 지난 29일 "최근 저를 둘러싼 여러가지 보도와 관련해 한 법원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시스 뉴시스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