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心 마케팅’ vs. ‘反朴 마케팅’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04-03 16: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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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광역자치단체장 경선출마자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박심(朴心) 마케팅’과 ‘반박(反朴)마케팅’이다.

    먼저 ‘반박 마케팅’이란, 야권 후보들이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해 경선에서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적대시하는 행보를 일컫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주자가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김상곤 전 교육감이다.

    실제 그는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날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추모했다.

    그러나 바로 주변에 있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방문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는 멀리 떨어진 마석모란공원으로 이동해 고(故) 전태일 열사,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문익환 목사의 묘역은 참배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묘역을 그냥 지나친 것은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였다.

    실제 그는 ‘경기도지사가 되면 박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참배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아마도 그는 당내 경선 경쟁자인 김진표, 원혜영 의원을 이기기 위해서는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결집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 일환으로 그는 ‘반박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참혹했다. 그는 한때 야권의 영입 1순위였다.

    그가 출마선언하기 전, 그러니까 ‘반박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이전만 해도 야권 후보적합도 1위로 당내 경쟁자인 김진표 의원이나 원혜영 의원을 가볍게 따돌렸었다.

    심지어 새누리당 유력 후보인 남경필 의원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팽팽한 접전양상을 보였었다. 오히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지난 달 26일 CBS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김 전 교육감은 새정치연합 후보 적합도에서 12.3%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김진표 의원에 비해 6%p 넘게 뒤지는 수치다.

    특히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두 후보가 부려 20%p 이상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야심차게 꺼내든 ‘반박 마케팅’ 카드가 되레 그를 사지(死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박심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출마자들도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이, 새정치연합에서는 대구시장 예비후보인 김부겸 전의원이 ‘박심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 정몽준 의원은 지난 2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살던 서울 중구 신당동 가옥을 방문했고, 김부겸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컨벤션센터 건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당 출마자가 박심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야당 출마자까지 박심 전략을 쓰는 것은 의외다. 대체 왜 여야 출마자들이 이토록 박심에 매달리는 것일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직 대통령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60%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심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 모으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지나치면 독(毒)이 된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정몽준 캠프의 ‘최병렬 해프닝’이다.

    정 의원은 전날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를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 전 대표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해버렸다.

    그러자 나중에 정 캠프는 다시 최 전 대표의 직책을 '고문'으로 수정해 다시 발표했다. 하지만 최 전 대표는 이마저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전면 부인했고,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그는 정 의원을 단순 지지표명하는 것마저도 "그런 것 안 한다. 제가 그런 것을 하겠느냐"고 거부했다.

    정 의원이 당내 경쟁자인 김황식 전 총리를 둘러싼 '친박(친박근혜계) 지원설'에 대응하기 위해 무리하게 '박심 마케팅'을 시도했다가 되레 악재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양약(良藥)이라도 과(過)하면 화(禍)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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