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5%’보다 투표율이 중요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04-22 14: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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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과 인천에서 여야 후보 모두 지지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박빙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서울ㆍ인천의 19세 이상 500명씩을 대상으로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병행해 RDD 방식으로 여론조사(응답률은 14.2%,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p)를 벌인 결과 서울은 정몽준 의원이 48.5%, 박원순 시장이 45.5%로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내인 3%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송영길 시장과 새누리당 유정복 전 행안부 장관이 대결할 경우에도 43.8% 대 42.0%로 두 후보가 초접전을 벌였다.

    그야말로 여야 후보들이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 모두 ‘숨은 민심’을 기대하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숨은 민심이란 이른바 '숨은 5% 표심(票心)'으로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자신의 지지를 밝히지 않는 유권자들이 전체 유권자의 5~10% 내외를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정치민주연합측은 과거 선거에서 보듯이 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숨은 5%’는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당시 한명숙 전 총리와의 여론조사 결과 양자대결에서 10%p 이상 차이를 벌리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후보간 격차는 0.6%p에 불과했다.

    또 같은 해 인천시장 지방선거에선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 최대 20%p 앞서 낙승이 예상됐지만 되레 송영길 시장에게 7.4%p 차이로 패했다.

    이를 근거로 새정치연합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역시 여론조사 결과가 박빙이지만 야권 후보인 박원순 시장이 ‘숨은 5%’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박 시장이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확실한 의사 표시를 하지만 야권 지지자들은 이를 감추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으로 숨은 5% 표는 야권에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과거 역대 선거에서 현직 프리미엄이 있었던 만큼 이번 선거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숨은 5%’는 자신들의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여야 후보들의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율을 근거로 제시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전 시장은 당시 현직이었고 한 전 총리는 현직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 오 전 시장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으나 실제 득표율 차이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인천시장 선거는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던 안 시장이 실제 투표에선 송 시장에게 참패를 당했는데, 당시 안 시장에게 현직 프리미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10년 당시 여론조사는 KT 등재방식에 유선전화 위주로 표본을 모으다보니 주로 집에 있는 중·장년과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이뤄졌고, 그만큼 야권에 숨은 표가 많았겠지만 현재는 RDD(임의걸기) 방식으로 조사대상을 휴대전화로 확대하는 등 상황이 다르다”며 “오히려 인지도와 미디어 노출량에서 앞서는 현직에게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아직 본격적인 선거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만큼 여론조사상 현직의 유리함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반면 야당 지지자들이 전통적으로 표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여야 각 정당이 ‘숨은 5%’를 기대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역대 최저 투표율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ㆍ일월드컵 후폭풍으로 인해 역대 최저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지방선거보다 올해 세월호 사고 후폭풍이 더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즉 역대 지방선거 중 최저 투표율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의 절반이 참여하지도 않은 채 선거를 치렀는데 그보다 더 낮아진다면, 민의(民意)를 담는 데 사실상 실패한 선거로 기록되고 말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정치적 혐오증을 키우는 역할을 하지 않도록 여야 각 정당이 세심하게 신경쓰고 정책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듭 말하지만 ‘숨은 5%’보다 중요한 것은 5%의 유권자를 더 투표 현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각 정당의 노력이다. 모쪼록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투표율 제고에 힘써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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