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시스템 혁신위해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05-21 15: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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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태평양세기연구소(PCI) 회장이 21일 <중앙일보>에 ‘비극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도널드 그레그 회장은 칼럼에서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사고에 대처하는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승객을 가득 태운 최첨단 제트 여객기가 귀신도 모르게 사라진 사건, 나이지리아에서 학교에 난입한 무슬림 광신도들에 의해 수백명의 어린 소녀가 납치되 사건, 터키에서는 탄광에서 일하던 수백명의 광원이 땅속에 갇혀 목숨을 잃은 사건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 등 4가지 사건을 최근 발생한 ‘세계적 비극’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도널드 그레그 회장은 “그래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물론 그가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탓에 한국에 다소 우호적일 수도 있고, 그래서 조금은 우리나라에 치우친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의 글을 면밀히 살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먼저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 사건을 보자.

    승객과 승무원 239명이 탑승한 말레이시아항공 MH370 여객기는 지난 3월8일 새벽 0시41분 베이징으로 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이륙한 이후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사이에서 지상 관제사와의 교신이 끊겼다.

    이에 대해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는 새 위성 데이터의 분석 결과 실종된 여객기는 인도양 남부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30명의 승객이 전원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여객기의 실종 사실에 당혹스러워하면서 자신들의 무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심지어 승무원들의 잘못으로 드러날 가능성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도널드 그레그 회장의 판단이다.

    반면 우리나라 박근혜정부는 어떤가.

    세월호 침몰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선장과 승무원들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묻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는가. 그 뿐만 아니다. 과적으로 침몰의 원인을 제공한 청해진해운 등 책임자들에 대해 책임은 물론 그 배후 인물로 추정되는 유병언씨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이명박정부 때 풀어버린 안전규제 장치를 다시 복원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관피아 척결의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터기 탄광 매몰 사고는 어떤가.

    터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301명, 부상자는 122명이다.

    그런데 터키 정부는 지난 18일(한국 시각) 마니사주에 있는 소마탄광에서 있었던 폭발 사고로 인한 매몰자 구조작업을 닷새 만에 종료한다고 밝히면서, 탄광 입구를 벽돌로 막아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금지 시키고 말았다.

    현지 주민과 노동조합은 아직 100명 정도의 광부가 갱 안에 갇혀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이를 귀담아 들으려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터키 정부가 희생자 추모보다 사건 마무리를 더 중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있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사고 현장을 방문해 ‘이런 사고는 늘 일어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 정부의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지난 15일 오후 진도군청에서 1차 수색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날부터 조류가 강해지는 대조기에 접어들어 해상 여건이 좋지 않고 선내 진입로 붕괴 위험이 증가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속죄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희생자 한 분을 찾을 때까지 수색구조 활동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가족들의 요청이나 동의 없이는 절대 선체 인양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터키 정부처럼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하기보다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일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터기 총리처럼 이번 사건을 ‘늘 일어나는 사건 가운데 하나’로 취급하지 않고,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 국가시스템을 개조해서라도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국민은 박 대통령과 정부의 이런 의지를 믿고, 국가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고인이 되신 분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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