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세 칼럼] 무효표에 관한 역설

    기자칼럼 / 오현세 / 2014-06-02 12: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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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세 객원기자
    ▲ 오현세 객원기자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 제도에 대해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개선이 있어왔음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바로 기권에 대한 의문이다.

    기권은 일반적으로 의무의 포기로 인식된다. 우리는 민주화된 투표제도를 갖고 있고 투표는 국민의 신성한 의무라고 알고 있으며 나 또한 그러한 의견에 절대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그렇다면 선거 직으로 선출된 사람들에 의해 운용되는 모든 국가 조직이 큰 하자 없이 굴러가야 순리 일 텐데 실상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니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하다 지난 10년간의 주요 선거 투표율을 살펴보았다.

    대통령 선거는 대략 70% 수준인데 비해 (16대-71%, 17대-63%, 18대-76%) 국회의원선거 투표율은 큰 폭으로 떨어져 50%에 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제18대 국회의원선거 2008.4.9.-48%, 제19대 국회의원선거 2011.4.11.- 47%.). 여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지난 2009년 4월8일 치러진 6대 경기도 교육감선거를 보고 기가 막혔다. 이 선거에서 당선자는 득표율 48%를 얻어 33%를 얻은 데 그친 상대 후보를 눌렀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12.3%다. 역대 최저다. 이렇게 선출된 당선자에게 과연 대표성을 부여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그럴 것이다.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 잘못이라고. 정말 그럴까?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스포츠 종목인 축구를 예를 들어 보겠다.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한다지만 동네축구시합에는 구경꾼이 거의 없다. 실업축구도 마찬가지고 프로 축구 정도 돼야 조금 관심을 끈다. 국가대표 시합이면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한 관심을 가진다. 그러다 월드컵 시합하면 난리가 난다. 축구는 같은 축구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대통령 선거에 유권자들의 참여도가 높은 것은 그 직책의 중요도와 인지도 때문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가지고 교육감은 아예 무시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교육감이라는 그 직책이 그만큼 무시 받아도 될 만한 자리일까? 앞에 예를 든 경기 교육감은 일 년 예산 8조원의 처리와 도내 8만 여명에 달하는 교직원의 인사권을 쥔 자리다. 이런 선거에 850만 유권자 중 100만 명 조금 넘는 사람만이 투표에 참가 해 그 중 단 42만 명만이 지지한 사람이 당선 되었다. 말하자면 유권자의 단 5%도 채 안 되는 사람이 지지한 사람이, 다시 말해 850만 중 800만 넘는 사람이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그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는 이야기다.

    유권자 개개인이 투표를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행복과 안위에 직결되는 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데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유권자 850만 중 750만은 왜 투표를 하지 않았을까?

    투표를 하지 않으면 기권했다고 한다. 기권이라면 의사표시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기권으로 기록된 750만 유권자 모두가 과연 투표행위에 대한 관심이 없어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단언 할 수 있을까? 입후보자들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어 기권한 사람들은 없을까? 어찌 보면 이런 사람들이 입후보자에 대한 아무 정보나 판단 준비 없이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보다 더 유권자스럽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유권자에 대한 고민을 우리는 제대로 해 보았나하는 것이 고민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투표율을 당선의 기본 요건으로 하고 투표 란에 <지지후보없음>란을 신설 할 수는 없을까? 그런 다음 입후보 상호간의 득표율에 관계없이 그 <지지후보없음>의 득표율 넘지 못하는 후보는 당선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준 투표율을 넘긴 상황에서 A후보가 30%, B호보가 20%, <지지후보없음>이 40%의 지지율을 얻었다면 아무도 당선자가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를 하자는 이야기다. 이런 제도라면 현행 제도 하에서처럼 유권자의 5%도 안 되는 지지를 얻어 당선자가 되는 일은 생길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당선자를 뽑지 못해 발생하는 불이익의 책임이 고스란히 유권자 자신에게로 돌아 올 것이기 때문이다. 찍을 사람이 없어 기권했다는 변명은 이제 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움이 많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다. 재선거에 따른 비용도 문제가 될 것이고 영원히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에 합당한 후속 절차를 마련한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간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아무리 곤란하기로서니 제대로 된 당선자를 뽑는 일에 비할까?

    그러나 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유권자의 다수가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 손에서 법이 만들어지고 있는 한 헛소리도 이런 헛소리가 없을 것임을 잘 안다.

    투표에 빠지면 안 된다.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지지하는 사람이 없으면 무효표를 만들어서라도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하기 위해서라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 무효표를 부추기는 듯 한 글을 쓰자니 정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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