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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15일 칼럼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해 “절차적 민주주의도 중요하다”며 청문회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자의 이같은 주장은 자칫 문 총리 후보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청문회를 통해 그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청문회는 합법적인 절차다. 문 후보자에게 그 합법적인 청문회 절차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발언에 대해 소명의 기회를 주는 건 민주국가에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자, 그것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에 따른 판단은 그 과정을 지켜본 여야 의원들이 내리면 되는 일이다. 물론 국민들도 그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고, 국회가 민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태도는 여전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청문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어디까지나 ‘절차적 민주주의’ 때문이지, 그의 총리지명을 옹호하거나 지지하기 위함이 아니다.
현재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자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 총리 후보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의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스스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든지, 아니면 기자회견을 열어서라도 아주 구체적이고도 상세하게 국민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하나하나 설명해야 한다.
알다시피 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6월15일 '기회의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2005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3.1절을 맞아 일본의 과거사 배상문제를 언급하자 칼럼을 통해 "이미 끝난 배상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당당한 외교"라고 비판했고, 지난 4월 서울대 강연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사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에 대해선 2011년 한 교회 특강에서 "(하나님이)6.25를 왜 주셨냐, 미국을 붙잡기 위해서. 하나님이, 돌아보면, 미국을 붙잡기 위해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을 청문회의 짧은 시간에 일일이 해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청문회 이전에 먼저 적극적인 해명기회를 가져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문 후보자 해명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턱없이 부족하다.
정말 억울하다면 문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기자간담회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빨리 해명하고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만일 해명을 했음에도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굳이 청문회까지 갈 필요도 없는 것이다. 국민의 이해조차 받지 못하는 총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럴 바에는 자진사퇴를 하는 게 백번 낫지 않겠는가.
지금 필자는 문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게 아니다.
빨리 기자회견 등 자신의 입장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납득시킬 것은 이해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즉 어차피 청문회 과정에서 밝힐 내용을 미리 국민에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하라는 뜻이다.
지금 문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굉장히 좋지 않다.
물론 논란이 되고 있는 문 후보자의 발언을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일정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특히 그의 발언이 대부분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는다.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삶의 여유도 없다. 그걸 탓해서는 안 된다.
정말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면 문 총리 후보자는 더 이상 여론이 악화되지 않도록 자신의 입장을 적극 해명하라.
아울러 여야 정치권은 그의 해명을 듣고 난 이후에 자진사퇴 문제를 재론해도 늦지 않을 것이니만큼, 지금은 자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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