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세 칼럼] 재상(宰相) 복(福)

    기자칼럼 / 오현세 / 2014-06-30 1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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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세 객원기자
    ▲ 오현세 객원기자
    공자(孔子)는 중국 역사상 가장 어지러운 시기인 춘추전국시대 사람으로 성인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말년에 예(禮)가 무너진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14년간이나 각국을 전전하며 관직을 구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단 한번 그가 젊었을 때 재상이 될 뻔 한 적이 있다. 공자의 경세론에 탄복한 제나라 경공이 공자를 중용하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재상 안영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공자보다 30년 위였던 안영은 남귤북지(南橘北枳-남쪽의 귤나무를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란 말로 강대국의 조롱을 무안하게 만든 명재상으로 공자도 그만은 예(禮)의 구속을 초월한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한 인물이다. 그 안영의 공자 불가론을 보면, “유자(儒者)는 말을 잘할 뿐 실행에 쓸 만 한 것이 없다. 그들은 오만하고 자만하는 자들이니 아랫사람으로 쓸 수 없다. 또 그들은 복상(服喪)의 예를 중시하고 가산을 기울여서라도 장례를 성대하게 치르는데, 만약 그것을 인민들이 본받게 된다면 이 또한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또 행색도 문제 삼았다. “게다가 그들은 여러 나라를 유세하여 거지와 다름없는 짓을 하고 다닌다. 그런 작자들에게 나라의 정치를 맡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안영이 말은 안했지만 공자의 이혼 전력도 필시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공자는 “사람은 각자 수양을 반듯이 해야 가정을 거느릴 수 있고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나아가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고 열강을 했으나 실상 자신은 19세에 맞이한 아내 올관과 4년 만에 이혼한 후 평생을 혼자 살았다. 그런 공자가 막대한 의례비용은 아랑곳없이 쇠락한 주나라 왕실의 법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니 강직한 안영의 눈에 들 리가 없었다.

    역시 춘추전국시대 말기 사람으로 평원군(平原君)이 있다. 평원군은 공자 사후 200여년쯤 조나라의 실권을 쥐고 있던 인물로 수많은 식객들이 그를 따랐다. 당시 최강국이던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입하자 왕이 급히 평원군에게 진나라도 무시하지 못하는 강국 초나라에 원군을 청하도록 명을 내렸다. 이에 평원군은 자신을 도울 수행원 20명을 식객 가운데서 고르는데 19명까지는 수월히 뽑았으나 나머지 한명을 채울 수 없어 고민을 거듭했다.

    이때 식객 중 모수(毛遂)라는 자가 자원했는데 낯이 선 그를 보고 평원군이 물었다.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되었소?”, “3년 전에 왔습니다”, “유능한 인재는 송곳과 같아서 자루 속에 넣어도 그 끝이 튀어나오기 마련인데 3년이나 내 밑에 있었다면서 어찌 내 눈에 뜨이지 않았소?”

    그러자 모수가 대답했다. “귀공이 저를 자루에 넣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저를 자루에 넣으셨다면 송곳 끝이 아니라 통째로 튀어 나왔을 것입니다.”

    이 모수가 초나라와 동맹을 맺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평원군은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평원군은 귀국하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수천명의 사람들을 평가해 왔다. 그러면서 사람을 보는 내 눈은 결코 틀림이 없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도 모수를 보지 못했으니 이 부끄러움을 어찌 할 바 모르겠다. 앞으로는 나는 남의 인물 됨됨이를 결코 운운하지 않겠다.”

    위의 고사를 곱씹어보았다.

    첫째. 공자도 재상 자리에 못 올랐다. 인류 역사상 몇 안 되는 성인이 당시 그 흔한(?) 재상자리 한번을 못했다. 그것도 고사해서가 아니라 기를 쓰고 쫒아 다녔음에도.

    둘째. 모수는 스스로 자원해 단번에 중임을 맡아 큰 공을 세웠다.

    셋째. 남의 인물 됨됨이를 파악하는데 자신만만했던 평원군도 모수는 알아보지 못했다.

    넷째. 그런 평원군이 모수를 발탁해 대임을 완수하고는 스스로 남의 인물 됨됨이 보는 눈이 없음을 한탄했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공자가 없다. 모수도 없다. 모수 같은 이가 있어도 인재풀에는 없다. 모수 같은 이가 인재풀에 들어 있지 않았음을 알고 자신의 사람 보는 눈 없음을 한탄하는 평원군이 없다. 그럼에도 자기 잘나고 자기 옳다는 사람들은 쓰레기통의 오물처럼 차고 넘친다.

    우리 민족이 무슨 죄를 지어서 재상 복이 이처럼 없나. 참으로 국민 신세가 가련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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