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세 칼럼] 대한민국 예술원

    기자칼럼 / 오현세 / 2014-07-14 15: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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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세 객원기자
    ▲ 오현세 객원기자
    대한민국 예술원은 1954년 7월에 설립된 국가기관입니다. 문화인 대표들과 대통령이 임명한 총 39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대한민국 예술원이 이번 달로 개원 60년을 맞았습니다. 현재는 100명 정원에 신입회원까지 합쳐 91명이 정회원입니다. 휴전한 지 꼭 1년 만에 이러한 예술원이 탄생했다는 것은 개원 6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전시회장에서 원로화가 윤명로 선생이 말씀하신 대로 기적이었습니다.

    이 예술원을 설립함에 있어 그 목적을 밝힌 제1조를 보면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이 법은 대한민국 예술원을 설치하여 예술창작에 현저한 공적(功績)이 있는 예술가를 우대ㆍ지원하고 예술창작활동 지원 사업을 함으로써 예술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당시의 척박한 현실을 생각하면 예술 활동을 위한 지원을 무엇보다 우선시 한 것이 십분 이해됩니다.

    그외에도 회원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위해 최대한 배려한 조항들이 보입니다. 제6조의 회원임기 조항을 보면 임기는 4년이되 연임이 가능하고 비상근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정부기구는 아니며 회원의 신분도 공무원이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마음껏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예술 활동을 하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의 지원이 어떤 규모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전의 천경자 화백 사건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정부로부터 월 180만원의 지원금이 회원들에게 지급되는가 봅니다. 평생을 예술 외길을 걸으며 창작활동과 후학양성에 몸 바친 회원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 대접으로는 송구스럽단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금전적인 대가가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를 지닌 예술원의 회원이라는 자부심이 더 소중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예술원 회원들을 우러러 보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김창열 화백이 예술원 회원 자격 심사에서 탈락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백건우, 김창열 이 두 분은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예술인들입니다. 백건우씨는 피아노의 시인, 건반 위의 순례자로 불리며 국내ㆍ외에서 최고의 음악인으로 대접 받고 있고 김창열 화백은 천경자, 이우환 화백에 이어 생존하는 한국 대표작가 3인의 하나로 꼽히는 분입니다. 이 두 분이 7월3일 열린 제61차 정기총회에서 새 회원이 되는데 실패했습니다. 김창열 화백의 경우 현재로서는 사연을 알 길이 없습니다만 백건우씨는 정원이 넘쳐 그런가 봤더니 그도 아니었습니다. 음악분과는 정원이 22명, 심사 전까지 3명이 결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후보 중 성악ㆍ가야금 분야에서 두 분이 뽑히고 한명은 결원으로 둔 채 백건우씨가 탈락했습니다. 백씨가 회원이 된다고 누가 물러나야 하는 것도 아닌데 이유가 뭘까 궁금했습니다. 혹시 누군가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불손한 생각이 들었지만 절대로 그럴 분들이 아니리라 믿었기에 참으로 의아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일에 관련된 신문기사를 보았습니다.

    백건우씨를 추천한 인사의 말을 인용한 기사의 내용은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회원들간에 “자신의 연주활동을 희생하면서 길러낸 후학이 있는가, 한국 음악계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주로 외국에서 활동하다가 가끔 한국에 들어와 거액의 개런티를 받는 사람이 예술원 회원이 되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 “나는 시골에서 뼈 빠지게 농사를 지으며 고생했는데, 손에 흙 한 번 묻히지 않고 서울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고향에서 더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등의 논란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배가 아파서 같이 못 놀겠다는 말입니다.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심사에서 연극영화분과에서 1표 부족으로 탈락한 A씨(72)의 이야기를 듣고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A씨는 젊은 시절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던 연출가의 길을 접고 후학을 기르기 위해 서울 연극학교를 만든 후 이를 서울예술대학으로 발전시켜 지금까지 총장으로 일하고 계신 분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연극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치고 이 분의 지도를 안 받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탈락했습니다. 그분은 짧게 “그동안 학교 일만 하느라 연극계 인사들과 너무 소원하게 지낸 것 같다”고 말씀하신 후 입을 닫았습니다.
    예술원의 설립목적을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법은 예술발전이나 후학 양성에 관계없이 기득권을 가진 회원을 우대ㆍ지원하고 그 세력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라고 말입니다.

    저 같은 일반인은 예술원 회원이 단순히 기술만 뛰어난 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본받을만한 철학을 겸비한 분들만이 그러한 영예를 받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예술원 회원은 모든 예술인이 지향하는 꿈의 대상이고 그런 회원들이 모인 대한민국 예술원은 세계 유수의 예술원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권위를 지닌 기관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권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위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누가 예술원을 권위 있는 기관으로, 그 회원을 권위 있는 예술가로 바라보겠습니까. 어쩌면 종신제라는 신분유지에 거리낌 없음이, 신입회원을 뽑는 절차를 비밀 투표로 한다는 제도가 이토록 고귀한 예술인들로 하여금 가슴 속에 숨어있는 인간적 비열함을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진작 제도를 바꾸셨어야지요.

    예술원은 이러한 세간의 비난을 불식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권위를 바로 세울 의무가 있습니다. 이대로 모든 예술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한 채 돌아앉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도 국민의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마당에 이대로 방관해서는 그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이번 신입회원 심사에 관한 잡음이 그간 세인의 관심 밖에 있었던 예술원의 부조리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예술원이 우리나라 예술인들에게 등대 같은 존재가 되기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기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윗글 중 회의 발언 내용은 7월5일자 동아닷컴 <토요뒷담>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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