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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0일 치러진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예상외의 돌풍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큰 사고(?)를 친 것이다.
그러자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부겸 전 의원도 “2년 후에는 나도 ‘사고’를 치겠다”며 이정현의 승리를 축하했다.
여야를 떠나 이정현 의원의 당선은 모두가 축하할 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지난 달 21일 이정현 의원의 당선여부를 놓고 벌였던 술내기가 새삼 생각난다.
고향이 전남 여수인 황 모 이사와 고향이 순천인 최 모 사장이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재미있는 술내기를 했다.
황 이사는 현재 인천 소재 모 중견 회사의 상무이사로 거주지는 경기도 김포시다. 최 사장은 순천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건실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둘은 30년 지기로 막역한 사이다.
먼저 황 이사의 이야기다.
“이제 호남은 DJ 이후 대통령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새정치연합에서 호남 출신을 키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호남정당에서 호남출신이 출마하면 선거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정현을 보고 좋은 생각이 났다. 그러면 새누리당에서 호남출신을 대통령 후보로 내보내면 되는 것 아닌가. 지금 새누리당에선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다. 따라서 이정현이 승리하면 그가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가 될 수도 있다. 호남에서 대통령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제는 과연 순천ㆍ곡성 유권자들이 그를 찍겠느냐는 것이다. 아무래도 야당 텃밭이다 보니 무조건 ‘2번’을 찍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정현의 도전은 실패할 것 같다.”
그러자 최 사장이 반박했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선거 때마다 야당에 ‘묻지 마 투표’로 표를 몰아주었지만, 야당이 우리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과 40대들은 이번에 한 번 ‘선거 혁명’을 일으켜보자는 결기를 보이고 있다. 이정현이 순천대에 의대를 유치하고, 대기업에 청년들을 취업시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그것이 젊은 표심을 움직이고 있다. 이번 만큼은 정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투표할 것이다. 이정현이는 무조건 당선된다. 나는 ‘당선’에 걸겠다. 당선되면 황 이사가 술을 사라. 떨어지면 내가 사겠다. 고 국장이 증인이 돼 달라.”
두 지인의 이런 논쟁은 ‘술내기’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최 사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황 이사는 5일 최 사장과 이정현 의원의 승리를 축하하는 몇몇 지인들을 초대해 저녁을 사기로 했다. 물론 필자도 증인자격으로 그 자리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런데 내기에 진 황 이사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비록 내기에는 졌으나,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구도 타파가 한 발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사실 선거 이전부터 이정현 의원의 ‘선거혁명’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달 22일 필자가 두 사람의 이같은 술내기 이야기를 전했을 때, ‘순천ㆍ곡성의 인물위주의 선택은 우리나라 정치의 기틀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나는 새누리당원도 아니지만 이정현 후보의 참신성과 적극성에 한표를 던지고 싶습니다.’라는 댓글에 이어 ‘만약에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면 그야말로 지역주의 구도를 깨는 발판이 되겠죠~ 호남민심이 새누리당 후보를 받아 줄려는지 기대됩니다.’라는 긍정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순천ㆍ곡성이 호남의 선두가 되어 동서화합의 길이 열릴 것으로 믿습니다.’, ‘이번 곡성ㆍ순천 재보궐선거가 지역구도 타파의 신호탄이 되었으면 한다. 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순천시민을 믿는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정당 지도부가 못하는 일을 유권자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정현 의원을 통해 분명하게 보여 준 선거였다.
이제 국민의 시선은 1년 10개월 후에 있을 총선으로 모아지고 있다. 과연 대구에서 김부겸 전 의원의 ‘선거혁명’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부산의 새정치연합 김영춘 전 의원도 혁명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의원 이외에 아직은 야당 텃밭인 호남권에서 후보로 내세울만한 인물이 부각되지 않고 실정인데 ‘제2의 이정현’이 나타날 수 있을까?
새누리당에는 ‘제2의 이정현’이, 새정치연합에는 ‘제2의 김부겸’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주의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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