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온 맹꽁이·저어새··· 멸종위기종 '생태寶庫'의 부활

    기획/시리즈 / 홍승호 / 2014-09-28 15: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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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갈대습지공원·대송단지 인근 자연습지
    ▲안산 갈대습지공원에 찾아온 탐방객들의 모습.
    '람사르'등재 성공땐 국내 인공습지 첫사례
    생태계 교란 외래종 퇴치등 환경 보전 총력

    [안산=홍승호 기자]경기 안산시는 시화호 일대의 ‘안산갈대습지공원’과 시화호 간척지 ‘대송단지 일원 자연습지’를 대상으로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국제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시는 지난 6월30일 환경부에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종과 조류가 집단서식하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안산갈대습지공원과 시화호 간척지인 대송단지 일원 자연습지 두 곳을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람사르습지로 등록해 줄 것을 공식 건의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환경부, 국제 람사르습지 등록은 람사르협약 사무국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시는 등록 기준 가운데 절반가량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람사르습지는 람사르협회가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따라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정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또는 물새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람사르습지는 2014년 기준으로 우포늪, 신안 장도습지, 순천만 등 총 19곳이며 안산갈대습지공원과 대송단지 일원 자연습지가 람사르습지에 등재된다면 국내 인공습지로는 첫 사례가 된다.

    ▲국내최초 대규모 인공습지로 조성된 안산갈대습지공원
    시화호 상류의 수질개선을 목적으로 1997~2005년에 걸쳐 국내최초 대규모 인공습지로 조성된 안산갈대습지공원 일대는 안산시 사동·본오동과 화성시 비봉면·송산면 일대에 걸쳐 있는 공유수면(면적 103만7500㎡)이며, 한국수자원공사가 시화호 상류에 모이는 여러 하천의 수질을 정화하기 위해 약 33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시가 지난해 4~11월 생태계 조사용역을 실시한 결과 조류로는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과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호),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호·멸종위기종 2급), 참매(천연기념물 제32호·멸종위기종 2급), 뜸부기(천연기념물 제446호·멸종위기종 2급),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호·멸종위기종 2급) 등 천연기념물 11종·멸종위기종 9종을 포함해 총 111종·2929개체가 관찰됐다. 양서·파충류는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와 금개구리 2종, 포유류는 멸종위기종 2급인 삵 1종과 고라니, 너구리 등이 다수 발견되었다.

    특히 지난 3월 생태계 복원을 위해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나 이곳 갈대습지에 방사된 삵 5마리 중 3마리는 숨진 채 발견됐지만, 남은 두 마리는 습지에 정착해 숭어와 쥐를 사냥하는 등 시화호의 최고 포식자로 자리잡았다.

    1994년 시화방조제 물막이로 바닷물길이 막히면서 사라졌던 참게가 조력발전소를 통해 바닷물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수중 생태계도 되살아나면서 20년 만에 갈대습지로 돌아왔다.

    2002년 5월 문을 연 갈대습지공원은 안산 9경(九景) 중 하나로 환경생태관과 관찰데크, 연못, 인공 섬, 야생화 꽃길을 갖추고 있으며 연인원 20만명의 탐방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이곳은 안산시가 2012년 12월부터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시설물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왼쪽부터 멸종위기종 고양잇과 동물 삵, 뿔논병아리,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제205호), 참게 떼의 모습.


    ▲시화호 간척지인 대송단지 일원의 자연습지
    시화호 남측 대송단지 간척농지개발사업내 저류지로 조성된 자연습지는 공유수면 441ha로 안산시 대부동과 화성시 송산면 일대에 걸쳐 있다. 원래 이곳은 1994년 1월 시화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공되면서 농업용지로 조성됐지만 방조제로 바닷물이 막히면서 수질이 악화돼 환경오염이 가장 심각했던 장소였다. 그러나 정부가 2000년 12월 시화호 담수화를 공식 포기하면서 다시 바닷물이 드나들고 생태계가 어느 정도 복원됐다.

    지금은 인간의 간섭이 줄어들고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 백로와 노랑부리 저어새 등 수많은 철새가 찾고 있다. 시는 이곳이 종다양성 면에서 전국 최대 규모의 조류 서식지이고, 생태학적 중요성을 감안해 국제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습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각종 개발 행위로부터 훼손을 방지해 생태계 보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시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송단지 일대에 서식하는 조류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개체수가 관찰된 천연기념물 큰고니(제201호)와 원앙(제327호), 황새(제199호), 노랑부리저어새(제205호), 노랑부리백로(제361호), 황조롱이(제323호), 흑두루미(제228호), 검은머리물떼새(제326호), 소쩍새(제324호) 등 천연기념물 15종과 멸종위기종 18종을 비롯해 총 129종·18만여개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송단지 일원 습지에서 번식이 확인(둥지·새끼)되었거나 번식가능성이 높은 조류는 뿔논병아리와 개개비, 논병아리, 꿩 등 57종으로 이 중 겨울철새인 뿔논병아리가 북쪽으로 떠나지 않고 시화호 간척지 일대에서 대량 번식하는 모습이 지난해 5월 KBS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뿔논병아리가 대량 번식하는 것은 생태환경이 안정되어 수생식물과 물고기 등 먹이가 풍부해진 덕분으로 보인다.

    시는 앞으로 갈대습지공원과 시화호 간척지내 자연습지 보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서식지 보호·관리를 위해 인공섬을 설치하고 조류 휴식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종다양성 증대를 위해 겨울철새 먹이주기 등을 진행하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배스, 블루길,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에 대한 실태조사와 퇴치작업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환경단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습지보호자문단을 구성해 생태모니터링 등 연구·조사와 국내외 자연보호활동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생태관찰 편의시설과 탐방로를 설치하고 지역주민을 습지해설자로 양성해 생태탐방학습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등 환경보전의식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한때 오염의 대명사로 불리던 시화호로 인해 도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던 안산시는 글로벌 생태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이번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람사르습지 등록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선6기 안산시장에 취임한 제종길 시장은 “한때 시화호로 인해 시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았으나, 이제는 생명의 호수로 거듭난 시화호가 안산의 보고(寶庫)중 하나인 만큼, 시화호 일대의 습지를 하나로 잘묶어 환경도 보호해 나가면서 습지의 생태적·경관적 가치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세계적인 환경·문화 생태도시’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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