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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6일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비쳐질 수 있는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 날 자신의 '개헌 봇물' 발언을 철회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사과까지 했다. 이게 단순한 해프닝일까?
김 대표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개헌 주장이 비교적 구체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다분히 의도된 발언이었을 것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그의 노림수는 무엇이었을까?
정기권 안팎에서는 그의 대권 의지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여권의 권력 지형을 개헌 찬반그룹으로 나눠 이에 반대하는 친박계를 솎아내는 동시에 당내 차기 구도를 본인 중심으로 확실하게 재편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집권 여당 대표가 정권 2년차에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개헌 이슈를 던진 것을 두고 이명박정부 당시 세종시 수정안 이슈로 각을 세웠던 박 대통령을 벤치마킹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면, 왜 김 대표는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자신이 여권내 확실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비해 무려 두배 이상 높다. 19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의 10월 셋째 주 주간 정례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44%로 전주 조사 때와 같았고, 새정치연합은 21%로 1주일 전보다 1%p 떨어졌다.
이 조사는 지난 14~16일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정당 지지율이 이런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면,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여권내 인사들이 야권 인사들보다 월등하게 앞서는 게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여야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선 여당 인사들이 야당 인사들에게 크게 밀렸다.
실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이 13%로 2위를 기록했다. 1, 2위가 모두 새정치연합 소속 인사들이다.
새누리당 소속 인사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10%로 가까스로 한 자릿수를 모면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순위는 3위다.
4위 역시 새정치연합 소속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로 8%를 얻었다. 3위와는 오차범위내인 2%p에 불과하다. 5위는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으로 고작 6%의 지지를 받았을 뿐이다.
이들 선두 5위권의 차기대권주자 선호도를 여당 인사와 야당 인사로 나눠 합산해보니 여권 인사는 16%(김무성 10%+김문수 6%)인데 반해 야권 인사는 무려 40%(박원순 19%+문재인 13%+안철수 8%)에 달했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 있어서는 정당 지지율과 정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현 여당내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권주자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내에서 비주류로 밀려난 친박계 인사들이 ‘정권 재창출’을 이유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경쟁력 있는 외부 인사를 대권주자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김 대표의 당 장악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다급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헌 봇물’ 발언을 했고, 다시 이를 철회함으로써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그런 의도라면 대단히 잘못된 전략이다. 박 대통령은 연초에 이어 지난 6일에도 “개헌은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
맞는 말이다. 개헌을 공론화할 경우 메가톤급 이슈가 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경제와 민생이 뒷전으로 밀릴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렇게 되면 민심이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고,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물론 새누리당 지지율도 덩달아 하락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여당 정치인들의 선호도가 낮은 상황에서 여당 지지율마저 하락하면 차기 정권재창출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김 대표는 그 책임을 어찌 감당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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