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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 문확관을 찾은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김수영 시비(詩碑)에 새겨진 그의 마지막 작품 '풀'의 자필원고를 감상하고 있다.(사진제공=중구청) |
[시민일보=서예진 기자]2013년 11월27일 김수영 시인의 탄생일에 맞춰 개관한 '김수영문학관'이 곧 1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서울 도봉구(구청장 이동진)은 '김수영청소년문학상'을 제정해 다시 한 번 김수영 시인을 기리는 계기로 삼았다.
현재, 도봉산 기슭 도봉서원 근처에는 시인이 어머니와 함께 생전에 닭을 치고 시작을 했던 본가는 없고 터만 남아 있다.
이에 구는 김수영 시인의 시 세계와 그의 정신을 기리고, 사람들에게 시인을 더욱 알리고 문학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구(舊) 방학3동 문화센터 자리에 '김수영문학관'을 건립한 것이다.
이번 1주년을 앞두고 <시민일보>에서 김수영 시인과 '김수영문학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봤다.
◆시인, 김수영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다시 누웠다"
이는 시인 김수영의 <풀>의 한 구절이다. 이 시는 1968년 술에 취한 채 버스에 치여 갑작스레 세상을 버린 그의 마지막 작품이며 절창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이 시를 남기고 서둘러 그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 이후 더 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없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김수영은 치열한 저항정신과 새로운 형식으로 자유와 삶을 노래한 시인이며, 1950년대와 1960년대를 통해 활약한 해방 이후의 대표적인 현대 시인이다. 그의 시와 문학적인 표현들은 해방 이후의 한국 현대시의 흐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징적 가치를 갖게 되었으며 ‘자유’는 삶과 문학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행복의 기준이 되었다.
특히, 앞서 인용된 <풀>은 1968년 6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하기 직전에 쓴 그의 마지막 작품(1968년 5월)이자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1921년 11월27일 종로구 관철동에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효제국민학교,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1942년 동경상대전문부에 입학, 1943년 조선학병 징집을 피해 귀국했다. 이후 6.25 전쟁이 발발해 의용군으로 징집, 북으로 끌려가 1952년까지 거제도에서 포로수용소 생활을 했다.
김수영은 1954년 가족과 재회한 후 도봉구 창동으로 이사해, 1956년 마포구 구수동으로 분가한 이후에도 어머니와 도봉동 본가에서 양계를 하는 등 수시로 도봉동 본가를 찾으면서 작품활동은 했다. 그러나 현재 그가 태어난 관철동 집, 어린시절 살았던 종로 6가 집, 구수동집 등은 모두 재개발로 인해 남아있는 곳이 없으며 도봉동 본가만이 시인의 체취를 맡아 볼 수 있는 곳으로 남아있다.
현재, 자유를 노래했던 시인이 어머니와 함께 닭을 치던 도봉동 본가는 없어지고, 그 터에는 그의 시 <풀>이 새겨진 김수영 시비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구는 시인을 기리고, 600년 동안 마르지 않고 흐르는 원당샘 공원, 연산군과 정의공주 묘, 그리고 도봉산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둘레길과 더불어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을 제공하고자 구(舊) 방학3동 문화센터 자리(해등로82길 30)에 '김수영문학관'을 건립하고 그의 탄생일에 맞춰 2013년 11월27일에 개관한 것이다.
◆'김수영문학관' 소개
구는 지역내 역사·문화적 자산을 복원해 '문화 도시 도봉'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김수영문학관-원당샘공원-방학동은행나무-연산군묘-정의공주묘-북한산둘레길로 이어지는 문화의 거리를 조성했다.
김수영문학관은 지하1층~지상4층, 총면적 1201.67㎡로 1층은 제1전시실, 수장고, 사무실이 있으며 2층은 2전시실, 3층은 작은 도서관, 아동열람실, 4층은 대강당, 관장실, 동아리방, 그리고 옥외 쉼터로 조성된 옥상이 있다.
문학관은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에 무료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제1전시실은 시와 평론 중심으로 꾸며졌다. 김수영의 연보 및 한국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 등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경험하며 이루어진 시작품과 시학이 전시됐다.
수장고에는 그의 작품 초고, 시 원고, 산문 원고, 저서, 번역서 등 육필 원고가 보관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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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 문확관에 전시된 작품집들(사진제공=중구청) |
제2전시실은 그의 산문 및 일상유물 중심으로 전시됐다. 김수영의 시 안에 담긴 흐름과 특징을 김수영의 삶의 궤적과 그 속에서 이루어진 생각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졌다.
이외에도 문학관을 방문한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과 각종 세미나, 시낭송회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대강당, 그리고 도봉산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옥외쉼터도 있다.
김수영문학관은 2013년 11월27일 개관 이후 초·중·고등학생 및 대학교, 대학원생, 한국문인협회 등 단체방문이 잇따랐으며, 2014년 10월30일 기준으로 총 1만여명 이상이 방문했다.
이곳은 버스는 130, 1144, 1161을 타고 정의공주 묘 앞에서 하차하거나 지하철 4호선 쌍문역 2번출구에서 도봉 06번 마을버스 환승 후 김수영문학관 정류소에서 하차하면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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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김수영(사진제공=중구청) |
김수영 시인의 문학정신을 존경하고 회원 상호 간 교류를 통해 김수영문학을 이해하며, 그 정신을 계승하기 원하는 사람들의 문학 모임인 김수영 문학회는 '도봉구 문화힐링 마을학교'와 '김수영시인 마을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시 마을학교 사업공모에 선정된 이 사업은 지난 10월부터 운영됐으며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주로 지역의 문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특강과 마을 커뮤니티 연계 단체에 다양한 분야의 강사 재능기부로 꾸려졌다.
특히 오는 12월13일까지 8주 간 진행되는 '김수영시인 마을학교'는 김수영문학과 관련있는 교수진들이 모여 김수영 시인의 작품 재조명, 김수영시인과 김수영문학관 홍보를 주 내용으로 해 김수영 시인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올해 구는 김수영문학관 개관1주년을 기념, '김수영청소년문학상'을 제정해 매년 진행할 방침이다.
도봉구가 경향신문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주최하고 도봉문화원이 주관하는 '김수영청소년문학상'은 김수영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교과서 중심의 문학에 집중해온 청소년들이 시가 주는 섬세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제정됐다.
전국의 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김수영 청소년 문학상’에는 1인당 시 3편 이내의 작품을 응모할 수 있다.
올해 열리는 '제1회 김수영청소년문학상'은 지난 9월2일~10월25일 접수됐으며 당선작은 오는 14일 도봉문화원, 도봉구청, 김수영문학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시상은 대상1편, 최우수상2편, 우수상5편, 장려상10편으로 입상자들에게는 10만~100만원의 상금과 김수영 전집이 부상으로 수여되며 시상식은 오는 27일 김수영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문학관 주변에는 현대사 인물길, 함석헌 기념관, 방학동은행나무, 원당샘공원, 연산군 묘, 정의공주 묘 등이 있어 같이 둘러볼 만 하다.
도봉산 기슭에서 쌀쌀하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고 ‘기침을 하자 /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눈>, 1956) 던 그의 말을 되새기며,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했던 김수영 시인의 정신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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