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주민배심원단, 공약 실천방향 모색

    기획/시리즈 / 고수현 / 2014-11-27 14: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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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퓰리즘은 없다"… 공약사업 첫 단추 주민들이 끼운다
    ▲ 서울 관악구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배심원단이 분임별로 모여 구청 8층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관악구청)
    [시민일보=고수현 기자] 서울 관악구(구청장 유종필)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포퓰리즘'에서 탈피하고자 구청장의 성실한 공약이행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주민배심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2013년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공약사업의 이행여부를 주민에게 심의·평가받고 공론적 판단과 개선안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됐다. 효과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관악구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매니페스토)와 힘을 합쳤다.

    모집과 교육일부, 보고서 작성 등은 매니페스토가 담당하고 분과활동, 공시 등은 관악구와 매니페스토가 함께 진행했다.

    이를 통해 구는 지난해 최초로 주민배심원제를 운영하며 주민의 손을 거쳐 구의 공약이행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약사업 추진실적 보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특히 '2014년 주민배심원단 구성 및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공약사업의 이행여부뿐만 아니라 공약사업 작성단계에서부터 주민에게 심의·평가를 맡겨 공약사업의 실질적인 수혜대상인 지역주민이 공약실천계획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는가.

    관악구 주민배심원제는 지역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단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주민배심원단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만 19세 이상 관악구민을 대상으로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해 무작위로 선발해 구성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민선5기 공약사업을 심의했고, 올해는 민선6기 공약실천계획 단계부터 주민배심원단을 운영, 해당 공약을 심의해 검토의견을 발표하고 아이디어·개선방안 등을 제시하도록 했다.

    올해 진행된 주민배심원제 진행과정을 보면 지난 7월 주민배심원단 45명을 선발, 8월2일 주민배심원제 목적·역할 교육을 목적으로 '1차 예비회의 및 교육'을 진행했다.

    이날 교육에서는 ▲주민참여와 숙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지역현황 ▲단체장 철학과 그에 따른 핵심정책기조 ▲주민배심원제의 목적·운영개요·배심원 역할 등이 진행됐고 위촉장 수여식도 열렸다. 또 토의를 위해 5개 분임을 구성하고 향후 일정을 공유했다.

    이어 지난 8월9일 '2차 예비회의'를 통해 공약담당자가 직접 주민배심원단을 대상으로 공약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설명이 끝난 후 주민배심원단은 자유 토의를 진행했다.

    지난 8월29일에는 '본회의'를 개최해 '분임 토의 및 전체 표결·평가'를 거쳐 최종보고서, 권고안 등을 마련했다.

    특히 권고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으며 해당 부서에서는 권고안을 반영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내실있는 공약실천계획 수립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2014 주민배심원단이 본 민선6기 공약

    2013년 실시된 주민배심원단의 평과결과를 살펴보면 추진 중인 공약의 이행도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공약 이행에 있어서 우수한 점과 문제점, 그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으나 어디까지 사후평가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올해 실시한 주민배심원단은 어떠한 성과를 냈을까.

    '2014 관악구 주민배심원단 회의운영 결과'에 따르면 민선6기 공약 검토를 위해 분임별로 토의를 진행했다. 1조 '노랑나비', 2조 '민들레', 3조 '만남은 대박', 4조 '반딧불이', 5조 '십시일반 고추' 등으로 분임조를 나눠 100여개의 민선6기 공약 가운데 각각 3개를 맡아 공약실천계획을 검토했다.

    주민배심원단이 검토한 공약사업은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사업 활성화 ▲범죄예방디자인 대상지 확대 사업 ▲심야마을버스 연장운행 ▲인문학 프로그램 활성화 ▲독서동아리 양성지원 및 동아리 도서관 공간활용 ▲175 교육 확대 운영 ▲청년 사회적경제기업 일자리 카페 ▲경로당문화시설현대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열린 보건소 운영 ▲태양광 설치 확대를 통한 에너지 자립도 제고 ▲도시농업 확대 및 관련 조례 제정 ▲재활용 정거장 제도 시행 ▲주민과 함께하는 열린 축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활성화 ▲찾아가는 주민과의 대화 운영 등 총 15개다.

    주민배심원단은 해당 공약사업을 검토하고 토의를 거쳐 권고안을 마련해 전체회의 심의 의결을 통해 권고안을 확정했다.

    확정된 권고안 가운데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사업활성화와 관련해 홍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주민배심원단은 신문·지하철·마을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통한 안내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또 취약시간을 늘릴 것을 권고하고 팀을 두개로 나눠 1팀은 밤 10시~새벽 1시, 다른 팀은 밤 11시~새벽 2시를 맡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인문학 프로그램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현재 연 12회 운영 중인 대규모 강좌의 횟수를 줄여 인근 동 주민만을 대상으로 한 지역강좌를 열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형식적인 강의를 퇴출하고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사후 설문조사를 통해 강의를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악구, 주민 목소리를 반영하다

    최근 관악구는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배심원단의 권고안에 대한 반영 여부를 부서별로 정리해 공고했다. 위에서 살펴본 권고안에 대한 공약 추진부서 의견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사업활성화'와 관련해 구청 가정복지과는 홍보가 중요하다는 주민배심원단의 의견을 반영해 관악새소식지, 지역신문, HCN 등 지역언론을 활용하고 통장회의 등 각종 직능단체 회의시 안내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여성안전 취약시간과 관련해 향후 인원충원 상황에 따라 한 조에 2팀을 구성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며 권고안을 수용했다.

    '인문학 프로그램 활성화' 공약과 관련해 추진부서인 교육사업과 역시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먼저 매년 상·하반기에 자치회관, 작은도서관, 경로당, 학교 등에서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인문학 강좌를 추진하고, 인문학 강좌 후 강의별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구는 주민들로 구성한 주민배심원단의 권고의견을 구정에 반영함에 따라 주민과의 소통과 공감 증대, 신뢰행정의 발굴과 확산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악구와 함께 주민배심원제를 운영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역시 "참다운 지방자치와 성숙한 민주주의 실현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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