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의 ‘문재인 거들기’ 왜?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11-27 15: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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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노골적인 ‘문재인 거들기’에 비노 진영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실제 문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문재인 의원을 적극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우선 당내 일각에서 대선 유력후보인 문재인 의원의 출마를 반대 하며 당권-대권 분리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누구는 나와도 되고, 누구는 나오면 안 된다는 게 어디 있느냐. 누구나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앞서 문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입직후엔 문재인 의원 측이 선호하는 ‘모바일 투표’에 대해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 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한다면 그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느냐”며 모바일 투표 재도입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박지원 의원 등 다른 당권주자들로부터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발언이 “와전 된 것”이라며 궁색한 변명을 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문 위원장은 민집모 등 당내 중도.온건파 의원들이 비대위원회에 친노 세력이 아닌 중도.온건파 인사를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까지 일방적으로 묵살해 버렸다.

    그러자 비노 진영 일각에서 문 위원장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문 위원장이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문재인 거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의심은 한낱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문 위원장이 통합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3일째 되던 날인 지난 1월 17일 "저는 정치적 인생의 꿈이 없다. 다음 당 대표, 원내대표 나갈 사람도 아니고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사람도 아니다"라며 20대 총선 불출마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공천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고, 따라서 굳이 차기유력 당권주자 편에 설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이번에 새정치연합이 전국적으로 지역위원장 공모를 실시했는데,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의정부갑(甲)에 단수로 후보등록을 했다고 한다.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상당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지역위원장 자리를 욕심낼 이유가 없다. 따라서 자신의 지역구에 지역위원장 후보로 등록했다는 것은 사실상 총선불출마 의사를 번복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마디로 차기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문 위원장의 행보가 ‘문재인 거들기’라는 의심을 받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문 위원장이 2016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2.8 전대에서 선출된 당 대표로부터 공천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쉽지 않다. 이미 불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총선 불출마’ 선언은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높을 때에 나온 것이었다. 그는 당시 통합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서 ‘회초리 민생 현장 방문’이라는 이벤트를 벌였으나, 첫날부터 냉랭한 분위기 속에 쓴 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벤트 성격의 보여주기 식 행사보다는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와 닿는 행동을 보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문 위원장은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의미로 총선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것이다. 이를 번복할 경우 그의 진정성이나 신뢰성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의미로 총선불출마를 선언했던 정치인이, 그것도 아주 단호한 어조로 공개적인 선언을 했던 정치인이 그것을 철회한다면, 누가 그런 정치인의 진정성을 믿고 신뢰하겠는가. 국민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정치인을 공천할 경우 그 정당 역시 타격을 받게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공천을 받으려면, 차기 당 대표에게 잘 보이는 수밖에 없다.

    현재 이런 저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당권에 가장 근접한 주자는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친노계 문재인 의원이다. 결국 문희상 위원장의 ‘문재인 거들기’는 자신에게 공천을 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에 대한 일종의 ‘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지난 18일 관훈토론회에서 문 위원장은 한 패널로부터 “중립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았겠는가.

    그래서 걱정이다. 비상시기에 당 대표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는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인 편에 서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그로 인해 전대 이후 당이 깊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가뜩이나 야권발 ‘제 3신당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마당에 문 위원장의 행보가 분당을 부채질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문 위원장은 자신의 진정성과 공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총선 불출마의지를 재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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