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연, ‘야권연대’ 대국민 사과 안하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12-26 16: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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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통합진보당의 창당과 지난 2012년 총선에서의 야권연대가 북한의 대남 지령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주장이었지만 전혀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닌 것 같다.

    하 의원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왕재산 간첩 사건’ 때의 북한 지령문 요약본이라며 관련 문서를 공개한 때문이다.

    하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제가 공개한 북한의 지령문 내용을 보면 통진당 창당과 야권연대에 대한 아주 세부적인 방침이 나온다”며 “A4 용지 7페이지 분량의 지령문대로 모두 똑같이 실현됐다”고 밝혔다.

    이 지령문은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할 때 증거자료로 채택된 것으로, 하 의원이 그는 “이 지령문은 왕재산 간첩단 지령문이고 2012년 총선 전에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야권연대를 실시한 새정치연합 당시 지도부 등에 대해 “표를 구걸하기 위해 악마한테 영혼을 판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되레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연대를 한다고 해서 합당한 것도 아닌데 새정치연합까지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박근혜정부의 종북몰이는 '박카시즘'(박근혜+매카시즘)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당 안팎에서 당시 지도부의 선거연대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 당시 지도부는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많은 사람이 그렇게 동의했다"며 "그런데 지금(진보당 강제해산 후) 시각으로 왜 그랬냐고 하면 (종북) 프레임에 넣고 비판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같은 당 4선의 김영환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왜 우리는 종북 의심을 받는 정당과 그토록 연대에 목말라하고 통합을 애걸했으며 우리 후보는 대선 내내 이정희 후보에게 끌려 다녔는가”라며 “이길 수 있는 선거를 패배의 수렁에 빠뜨린 잘못된 노선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 있었던가, 누구 하나 책임을 진 사람이 있었던가”라고 한탄했다.

    특히 재선의 노웅래 의원은 통진당과 2012년 총선 당시 연대를 결정한 한명숙 전 대표에 대해 “사과를 할 게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계기로 야권 내부에선 ‘묻지마 야권연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제1야당은 당장의 불리한 역관계를 감안해 ‘종북 꼬리표’가 달린 통진당과 손을 잡았다가 번번히 ‘종북 용인’ 정당으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도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과감히 인정하고 야권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종북과 결별한다면 향후 야권연대는 도리어 지평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그런데도 문 위원장은 반성문을 쓰기는커녕 되레 ‘박카시즘’ 운운하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나섰다.

    문 위원장의 이런 태도는 새정치연합이 4.29 재보궐선거에서 다시 선거연대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걱정이다.

    사실 ‘선거연대’라는 건 정당의 존재이유를 무시하는 것이자, 득표만을 위한 야합으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일종의 후보 매수행위에 해당하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 결정이 내려진 통진당이 어떻게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는가.

    국민이 통진당의 정강정책에 동의한 때문인가?

    그것은 아니다. 새정치연합과의 선거연대로 국민에게는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했다. 솔직히 유권자들은 통진당의 정강정책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제1야당을 믿고 소수당에게 표를 몰아주었고, 그렇게 해서 통진당은 원내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차제에 선거연대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모쪼록 선거연대라는 화려한 독버섯에 혹해 종북 숙주 노릇을 하는 정당이 더 이상 우리나나라에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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