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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일각에서 이른바 ‘8월 분당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에서 친노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고도 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지 못하면, 6개월 쯤 지나 비노 진영에서 분당론이 ‘솔솔’ 새어 나올 것이란 이야기다.
물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최근 국민모임이 신당추진위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에도 새정치연합에서는 정동영 전 의원과 김성호 전 의원 등 극히 일부만 탈당 했을 뿐 추가 탈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그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실제 천정배 전 의원이 탈당 검토 의사를 밝힌 게 전부다.
작년 말 비노 중도 진영에서 노골적으로 ‘분당’ 운운하며 압박하던 것과는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안철수 의원을 도와 독자 신당을 추진했던 인사들마저 국민모임에 합류하지 않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른바 '안철수신당' 창당기구 격이었던 새정치추진위원회 출신 윤석규 전 전략기획팀장, 정기남 전 공보팀장, 강동호 전 '정책네트워크 내일' 기획위원, 강연재 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 등 40여명이 지난 15일 회동을 갖고 ‘국민모임’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야권 분당론’은 사실상 소멸됐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우선 안철수 측근들이 ‘국민모임’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곧 신당 추진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강연재 전 대변인은 "완전 '좌클릭'하는 국민모임과는 궤를 달리하자는 뜻을 확인했다"며 "(안 전 대표와) 당시 독자창당을 하고자 했던 움직임이 필요하고, 정례적으로 모여 논의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즉 국민모임의 노선이 지나치게 진보적이어서 합류하지 않는 것일 뿐, 별도의 신당추진 작업은 지속적으로 펼쳐나겠다는 뜻이다.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도 최근 여러 차례 "중도 신당을 통해 지지층을 중도·보수까지 확장해야 한다"며 중도신당론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이미 박주선·강창일·김동철·이상민·정성호·최재천·최원식 의원 등 '구당구국(救黨救國)모임'과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중도 성향 의원들은 야권 재편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전대와 선을 그으면서 관망하고 있는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도 여건만 조성되면 언제든 당을 뛰쳐나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즉 진보정당이 아니라 중도정당이 창당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뜻이다.
문제는 ‘여건’이다. 대체 그 여건이란 무엇이며 여건이 조성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우선 당장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분당여부를 결정짓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번 보선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통진당 의원이 지역구를 갖고 있던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 등 야당 강세지역 3곳에서 실시된다.
만일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하지 않았다면 새정치연합 후보가 당선됐을 그런 지역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전대에서 승리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어 치르는 첫 선거인 4.29 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3곳 모두 승리해야 한다. 만일 단 한 곳이라도 빼앗기면 신임 당 대표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물론 두 곳을 빼앗긴다면, ‘대표 퇴진론’이 불거져 제대로 힘을 쓸 수도 없거니와 본격적인 ‘분당론’이 제기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리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3곳 모두 패배한다면 새정치연합은 그 즉시 와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새정치연합이 3곳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국민모임이 4월초 신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독자후보를 내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표의 분산으로 여당이 어부지리할지도 모른다. 실제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 역시 보선 목표에 대해 “3곳 승리”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당 일각에서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이른바 ‘거물 차출론’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것이 현실화 될 경우, 새정치연합에서 그에 버금가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새정치연합이 두 곳 이상에서 패할지도 모른다. 야권에서 ‘8월 분당설’을 앞당기는 ‘6월 분당설’까지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연 4.29 보궐선거가 어떤 구도로 진행되고,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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