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소통’...기대 半 우려 半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01-26 15: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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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메시지뿐만 아니라 회의 형식에서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개편을 계기로 참모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신임 수석비서관들은 물론 특보단까지 전원 회의에 참석시켰다.

    그동안 보고서에 의존하고 장관과의 대면접촉마저 기피해 왔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에 비하면 가히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회의 장소와 형식 등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대통령 주재 회의가 통상 청와대 본관에서 열리던 것과 달리 이날 회의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위민1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특히 사전 티타임을 가진 부분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물론 티타임은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사전 티타임을 무려 30여분이나 가졌었다. 반면 박 대통령은 고작 10분 정도였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티타임’이 주목받는 것은 소통방식의 변화를 알리는 전주곡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오해다.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민심을 살피는 데 적극적이었다. 필자와 인터넷으로 민심을 살피는 방안에 대해 상당히 오랜 시간 대화를 주고받은 일도 있다. 문제는 그런 방식이 국민들 눈에는 미흡해 보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통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고, 박 대통령이 변화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박 대통령 자신도 이날 회의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듣는 등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통령은 특히 “그동안 많은 토론에도 불구하고 토론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주요 정책이나 논란이 되는 문제들은 수석들과의 토론 과정도 공개해서 국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우려되는 면도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첫 특보단은 민정(이명재)·안보(임종인)·홍보(신성호)·사회문화(김성우) 등이다. 이들 특보단의 면면을 보면 분명 전문성을 갖췄다.

    하지만 과연 특보단의 제1덕목이 ‘전문성’인지는 의문이다. 이미 전문가로는 청와대 내에 수석이나 비서진들이 있으며, 내각 역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특보단은 전문성 보다는 ‘소통’에 방점이 찍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소통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여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따라야 한다. 그러자면 해당분야의 여론을 상당한 식견을 갖춘 전문가들로부터 수렴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 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일하는 사람들의 여론이 더욱 중요한 탓이다.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면 특보단이 전문가 위치에 서 있는 것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낮춰 서민의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서민들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에 임명된 특보단 중에 과연 그런 인사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특히 이번에 임명된 특보단 가운데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켜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런 대화를 나누는 일이 쉽지 않은 탓이다. 행여 조금이라도 정치적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아직 임명하지 않은 정무특보단의 경우 이런 점들을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야 각 정당과 두루 소통이 가능한 사람,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정치적 야망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 밑으로부터 들려오는 국민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사람, 무엇보다도 대통령에게 ‘옳은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정무 특보단에 선정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현재 정무 특보단으로 각 언론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마치 대통령 친위대를 연상케 하는 인물들이 다수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적 야욕을 지닌 인사들도 상당수다. 겸허하게 밑바닥 인심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인사들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그런 인사들이 특보단으로 내정된다면, 박 대통령의 소통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진다. 즉 소통 방식에 변화를 주려는 대통령의 의지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특보단들이 과연 그런 의지를 뒷받침할만한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우려 또한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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