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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궐선거를 앞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4.29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은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 인천 서구강화을, 광주 서구을 등 4곳인데, 새정치연합이 단 한곳에도 승리하지 못하는 최악의 '전패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는 탓이다.
사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인천 서구.강화을과 새누리당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 성남 중원에 대해선 애초부터 큰 기대를 걸지 않았었다.
하지만 ‘야당 전통 텃밭’인 호남의 광주서구을과 ‘서울 속의 호남’으로 통하는 서울 관악을 만큼은 승리를 자신했었다.
그런데 광주 서을에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서울 관악을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이들 지역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어쩌다 이런 지경에 처하게 된 것일까?
이는 해묵은 친노(親盧, 친 노무현)계와 DJ(김대중)계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친노계는 이해찬, 한명숙 대표 등으로 이어지며 18,19대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해 야권내부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다수파로서 세를 재생산해왔다.
실제 지난 2012년 친노계 한명숙 의원이 민주통합당 대표로 공천권을 거머쥐고 있을 때 호남지역 현역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친노에 의한 대규모 ‘호남 대학살’이 자행된 것이다.
실제 그해 3월 5일 공천에서 탈락한 강봉균 최인기 신건 조영택 등은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심사위원회가 친노 세력의 각본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유력한 호남 정치인들을 학살했다"며 "부실한 공심위를 구성하고 부당한 공천심사를 진행토록 한 한명숙 대표는 결과에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특히 최인기 의원은 "친노 패거리가 호남 민주당을 학살했다"며 "이는 김대중 민주계에 대한 학살"이라고 지도부를 강하게 성토했었다.
당시 박지원 의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위 물갈이 공천이 왜 호남출신 의원들에게만 해당되는가. 다른 지역 의원들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가라는 불평이 호남지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로 있을 때에도 유사한 ‘호남 공천 대학살’이 벌어졌었다.
그러다보니 친노계와 DJ계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친노는 원래 배타성이 강한데다 과거 총선 과정에서 친노 지도부에 의해 피해를 본 DJ계가 친노에 대해 더 강한 반감을 갖게 돼 화합이 잘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 그런 갈등은 이번 4.29 재보선을 앞두고 그대로 재현되는 양상이다.
서울 관악을의 경우 새정치연합 친노계 정태호 후보가 무려 지역 지역유권자들의 40%대에 달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관악 호남향우회가 정태호 후보 지원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당 원로들까지 나섰지만 부정적인 답변만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표 측 핵심 인사가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에게 서울 관악을의 선대위 고문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지만, 권 고문은 동교동계 60여명이 만장일치로 '지원 반대’를 결의한 점을 거론하면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권노갑 고문이 오는 7일께 광주로 내려가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 지원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박지원 의원도 이런 동교동계의 결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문재인 대표로서는 이런 점이 억울할지도 모른다.
역대 친노 대표들이 ‘호남 대학살 공천’을 자행했지만,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에 걸쳐 밝혀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친노 계파 해체’를 선언했는가 하면, 일단 대표 취임이후 ‘탕평인사’를 실시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러나 친노계파 선언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친노가 당의 다수세력임이 분명한 상황이다. 비록 비노 측의 반발로 무산되긴 했지만 공천권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리에 친노 인사를 앉히려 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호남 출신의 유권자들은 당연히 과거에 있었던 ‘호남 대학살 공천’의 악몽을 떠올리게 될 것 아니겠는가. 이런 면에서 동교동계가 문재인 대표를 외면하는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自業自得)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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