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프라이머리는 ‘당원 죽이기’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04-06 15: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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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여야 각 정당의 대표가 앞 다퉈 오픈프라이머리 공론화 작업에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 경선에 뛰어들면서 “선거법을 고쳐 모든 당내 경선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 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으며, 문재인 대표 역시 전당대회 당시 "나는 공천권을 내려놓기 위해 출마했다. 선관위가 주관하고 여야가 동시 실시하는 오픈프라이머리로 투명 공천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한마디로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탈락하고, 당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당선되는 선거방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의 사례를 들어보자.

    한나라당의 제17대 대통령 후보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그런데 개표 집계결과 대의원과 당원 등이 참여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앞섰다. 다만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에 따라 한나라당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반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8.5% 포인트(표로 환산시 29884표) 가량 앞서 승리했을 뿐이다.

    특히 야당의 경우는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2년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 투표 결과에서 민심과 당심이 분리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손학규 후보는 순회투표에서 1위를 달렸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모바일 투표’에서 1위에 올랐다. 순회투표는 현장에서 후보자들 연설을 듣고 대의원이 행사하는 투표 방법이다. 모바일 투표는 아무나 신청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순회투표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35.10%로 선두를 기록했다. 문재인 후보의 24.92%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이어 정세균 후보(20.15%), 김두관 후보(19.83%)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아무나 참여 할 수 있는 모바일 투표에선 문 후보(47.85%)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손 후보(25.42%), 김 후보(14.58%), 정 후보(12.16%) 순이었다.

    결국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손학규가 대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문재인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이해찬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맞붙었던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 당시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대의원 및 현장투표에서 앞선 김 의원이 역시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밀려 당 대표가 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최초로 도입한 세력은 ‘친노(親盧. 친노무현)’ 세력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러면 왜 친노 세력은 오픈프라이머리를 그토록 선호하는 것일까?

    뿌리 깊은 지지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당은 대의원과 책임당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제법 많다.

    호남에 가면 전통 야당의 당원이라는 긍지를 지닌 유권자들이 상당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친노에게는 그런 세력이 없다. 그러다보니 대의원과 당원이라는 사람들이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을 것이고, 그들을 죽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오픈프라이머리는 ‘뿌리 깊은 당원 죽이기’ 차원에서 친노 세력이 꺼내든 선거방식으로 전혀 개혁적인 방식이 아니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당연한 권리, 즉 당 대표나 공식선거 후보 선출권한을 제약하는 방식을 개혁적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난센스다.

    그런데 새누리당 지도부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오픈프라이머리를 ‘개혁적 방안’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친노 문재인 대표의 전략에 휩쓸려 가는 줄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만일 새누리당에서 오픔프라이머리라는 미명아래 매달 2000원씩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들의 권한이 박탈당하게 된다면 당원들의 대규모 탈당 사태를 빚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야당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권은 당원에게 있는데, 회비만 내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누가 끝까지 당원으로 남아 있으려 하겠는가. 또 그런 정당에 무슨 애정을 갖겠는가. 사실은 그것이 바로 친노의 노림수다. 여야의 뿌리 깊은 당원들이 없어져야만 친노 세력에게 다시 대권도전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조만간 병원에 입원을 해야만 될 것 같다. 큰 수술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어쩌면 한 달 가량을 쉬어야 할지도 모른다. 모쪼록 저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아울러 독자제위 여러분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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