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파문과 이완구 전 국무총리 퇴진 이후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개헌논의 필요성이 집중 제기되고 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등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하는 발언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국내의 대표적 헌법학자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현 정부의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내년 4월 총선 이후가 박근혜 정부에서 헌법 개정 문제를 논의할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총장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서 “개헌 공약을 내걸었던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후 한발 물러났다가 임기 말에 다시 개헌을 주장했다”며 “박근혜 정부도 임기 후반기가 되면 개헌의 물꼬를 틔워 줄 것”고 이라고 내다봤다.
개헌의 방향에 대해선 “대통령이 전봇대 뽑는 일까지 해야 하느냐. 대통령은 외교 통일 국방 같은 국가의 존재 문제를 숙고하고, 공무원연금 문제나 사회보장제도 문제 같은 것은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이 국회와 난상토론을 벌여 해결해 가야 한다”며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분권형 개헌, 즉 사실상의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제안했다.
같은 날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도 한 신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개헌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취임해서 식물 대통령으로 사라지는 것이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의 일반적 경향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대통령제라는 제도의 근본적 한계와 대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개헌 방향에 대해선 “한국정치의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의 집중에 있다.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것이 원론적 희망이지만 대통령의 지지도에 의존하는 정당구조에서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한국의 정치현실을 고려할 때 제도적 대안은 제한적 효과만 갖고 있는 4년제 중임제 개헌보다 여야 대립구도를 본질로 하는 의원내각제 개헌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내각제 개헌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인 권력집중의 해악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선거를 통해 책임정치가 지속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여야간 대권대립구조에 포획된 유권자들은 다당제를 통해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될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잦은 정권교체로 인한 정치불안이지만 이제 한국 유권자들도 안정적인 정치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리 염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완구 전 총리 사퇴와 관련해 ‘권한 없는 2인자’라는 국무총리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임기보장 등을 위한 개헌이나 대통령의 권한 나누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현행 헌법상 총리는 국무위원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정부구성권), 행정 각부 통할권(정부운영권), 국회 출석 및 의견 제출권(대국회권한)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총리 권한과 역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식물총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개헌을 통해 총리 역할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제도에서 총리가 대통령 의중에 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개헌을 통해 임기를 보장하거나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해임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리가 대통령의 하수인이 돼버린 상황에서 책임총리는 정치적인 단어일 뿐”이라면서 “총리제를 폐지하고 대선에서 러닝메이트제(동반선거제)를 도입해 국민이 총리 역할을 하는 부통령을 직접 뽑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따른 정치권의 부정부패 뿌리 뽑기와 경제 살리기 등으로 인해 시기상조이겠지만 내년 4월 총선이 끝난 이후에 본격적으로 개헌논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원집정부제와 내각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모든 방향을 모두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인 편견이나 특정 정파의 의도를 배제한 논의라면, 국민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