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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탁 교수 |
하지만 우리가 무신경한 까닭에 모르고 있었을 뿐 우리 주변에는 그 외의 수많은 감염 질환이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빼앗아갈 기회를 틈틈이 노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감염 질환이 야생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이하 SFTS)’입니다.
실제로 메르스 광풍이 휘몰아치는 동안 제주, 경남 고성, 경기, 경남 양산에서 4명의 SFTS 환자가 사망했습니다. SFTS는 병명에 표현된 것처럼 발열, 전신통의 증세로 시작했다가 혈소판 감소, 출혈, 의식저하와 함께 여러 신체 장기의 기능이 손상되며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환입니다. 약 25%의 환자에서는 복통, 설사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환자들은 처음에 감기나 장염으로 생각해 병원을 찾았다가 1~2주 만에 급격히 악화돼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감염된 환자의 약 3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가 사람을 물게 되면 SFTS 바이러스에 감염돼 질병이 발생하게 되는데 작은소참진드기는 우리나라 야생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진드기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야외활동이 활발한 4월에서 11월에 사이에 주로 SFTS 발생이 보고되고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의 환자가 5월에서 7월 사이에 감염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SFTS에 감염된 환자의 평균 연령이 약 70세인데 이것은 농촌 사회의 고령화와 연관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감염된 환자들의 약 70%가 농사를 짓거나 산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야생의 작은소참진드기에서 SFTS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비율이 0.5% 정도이므로 한두 번의 노출로 SFTS에 감염될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짓거나 야외 활동이 빈번하게 되면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는 횟수가 잦아지기 때문에 SFTS에 감염될 확률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병한 환자들이 주로 고령자이기 때문에 “난 젊으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예방 조치를 게을리 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글을 읽고 나서 SFTS 예방에 가장 중요한 점이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아셨을 겁니다.
SFTS의 매개체로 알려지면서 ‘살인 진드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사실 작은소참진드기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생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사람을 물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작은소참진드기를 ‘살인 진드기’로 몰아세우기 전에 물릴 수 있는 환경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외 활동 중에는 덥더라도 긴 팔, 긴 바지를 착용하고 소맷단을 묶어서 진드기가 기어 올라오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풀밭이나 산속에서 취침하는 것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야외 활동을 피할 수 없다면 곤충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혹시 진드기가 문 상태로 발견하게 되면 임의로 진드기를 제거하다가 머리 부분이 남게 될 수 있으므로,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서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진드기가 물었다고 해서 반드시 SFTS가 발병하는 것은 아니므로 잠복기인 2주 동안 주의 깊게 관찰하다가, 발열, 전신 근육통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야외 활동 중 지켜야 할 수칙을 잘 지켜, 여러 감염 질환으로부터 건강을 보호하고 즐거운 휴가 보내시길 바랍니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감염내과 김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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