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러시아방문 후 선택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1-25 23: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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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내가 정치를 떠나있으면서 과연 나도 내가 정치에 있을 때 국민들의 눈으로 봤을 때 (내가) 나라를 위해서 제대로 일을 했나, 제대로 정치를 했나, 이런 반성이 든다."

    이는 25일 6박 7일 일정으로 러시아 방문길에 올라선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말이다.

    그는 이날 출국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기서 국내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이같이 술회했다.

    지금 야권은 안철수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이후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다. 야권 주도권을 잡기 위한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신경전이 날로 치열해 지고 있으며, 손 전 대표는 양 측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각 언론 역시 끊임없이 손 전 대표의 '등판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러시아방문 길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 카자흐스탄을 찾은 데 이은 두 번째 해외방문이다.

    물론 손 전 대표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모스크바에 있는 극동문제연구소의 초청에 의한 것으로 특별히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그는 자신의 정계복귀나 이날 이뤄진 안철수-천정배 의원의 통합 선언 등 야권의 분열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으면서도, 귀국 후 계획에 대해서는 "강진으로 가야지"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사실 손 전 대표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이미 러시아와 일본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협력하기로 한 마당이다.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2일 전화로 북핵문제 등을 논의했고, 그날 양국정상은 이 같은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책으로 북한을 뺀 '5자회담'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5자회담의 골자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먼저 북핵문제와 관련한 공조체제를 마련해놓고 북한을 압박해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카드를 버릴 수 없는 중국과 러시아가 5 대 1로 북한을 압박하는 구도에 동참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손 전 대표가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손 전 대표 역시 "북한 핵실험 이후에 6자회담을 추진하다가 또 5자회담도 제의하고 있는데 중국이나 러시아 반응이 만만치 않다. 러시아가 극동에 진출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 것인가를 발제도 하고 토론하려고 나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만일 손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이 제안한 '5자회담’에 대해 러시아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다면, 손 전 대표는 국민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손 전 대표는 그런 박수를 받기 위해 러시아를 찾는 게 아니다.

    다만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잇단 공개구애를 차마 뿌리치기 어려워 잠시 피하는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귀국하면 그의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정치권 내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면, 특히 국민들의 요구를 차마 뿌리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가 총선 전에 정계복귀를 선언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다만 그 방식에 대해선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 것 같다.

    더민주 측에선 문재인 대표 사퇴 이후 손 전 대표를 당 대표에 해당하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고, 국민의당 측 일각에선 그를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대표로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물론 아직은 진흙탕에 다시 발을 담그지 말라며 정계복귀를 반대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설사 정계복귀를 하게 되더라도 지금이 아니라 총선 이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손 전 대표가 “나라를 위해서 제대로 일을 했나, 제대로 정치를 했나, 이런 반성이 든다"고 말한 만큼, 그 시기를 앞당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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