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킹에 국내 대기업 전산망 뚫렸다

    사건/사고 / 여영준 기자 / 2016-06-16 11: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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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 13만대 통제권 탈취 추정
    경찰 "공격했다면 사상 최대"


    [시민일보=여영준 기자]국내 대기업 전산망이 북한에 해킹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10만대가 넘는 PC의 통제권을 탈취했으며 대기업 문서 4만여건도 이 과정에서 해킹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수사를 통해 북한이 국내 대기업 전산망의 취약점을 뚫고 들어가 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버 공격을 준비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북한이 이번 해킹 이후 실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면 규모는 그간 역대 최대였던 2013년 3.20 사이버테러의 2.5배였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3.20 사이버테러 당시 피해액은 약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실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은 감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사이버테러 관련 첩보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2월 북한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악성코드 관련 첩보를 입수, 수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부 부처 등 160여곳에서 사용하는 PC 통합관리망이 뚫린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관리망은 한 민간업체가 제작한 시스템으로, 이를 설치하면 관리자가 원격으로 다수 PC를 관리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일괄적으로 업데이트하거나 불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삭제할 수 있어 많은 PC를 운용하는 기업·기관 등이 사용한다.

    북한은 이 관리망의 보안상 취약점을 찾아내 시스템에 침투, 전산망 통제권을 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통제권을 탈취한 해당 관리망은 SK네트웍스서비스를 비롯한 SK그룹 계열사,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 KT, 주요 정부 부처 등이 쓰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북한이 언제든 관리망을 통해 기업·기관 전산망에 침투, 하부 PC에 악성코드를 유포해 좀비 PC를 만든 뒤 대규모 공격에 이용할 준비가 된 상태였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통제 가능했던 PC는 13만대 선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특히 이번 해킹이 시작된 인터넷 프로토콜(IP) 소재지는 평양 류경동으로 확인됐다. 3.20 사이버테러 당시 확인된 IP와 동일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대규모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SK네트웍스서비스 등 피해 업체에서 자체 대응팀을 가동하고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 관리망의 결함을 신속히 밝혀낸 덕분에 보안 패치작업이 빠르게 이뤄져 추가 피해를 막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같은 해킹 과정에서 SK네트웍스서비스와 대한항공 등 국내 기업 PC에 저장된 국방 관련 자료가 북한으로 대량 탈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북한이 유출한 문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4만2608건이다. 여기에는 군 통신망 관련 자료와 미국 F-15 전투기 날개 설계도면, 중고도 무인정찰기 부품 사진, 각종 연구개발(R&D) 문건 등 방위산업 관련 자료가 다수 포함됐다.

    경찰은 탈취된 문서 가운데 전투기 엔진이나 제어기술,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전산망 등 보안상 위험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유출 문서 관련 정보를 피해 기업과 관계 당국에 통보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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