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박ㆍ野 친문 맞서 ‘제3지대론’ 나오지만

    정당/국회 / 이영란 기자 / 2016-08-29 11:11:34
    • 카카오톡 보내기
    국민의당-늘푸른당-김종인-손학규 등 ‘중구난방’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최근 새누리당 친박계와 더불어민주당 친문계가 각각 지도부 장악에 성공하면서 이들을 제외한 정치권 세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론'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뚜렷한 핵심주체가 없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29일 "문재인 대세론으로 가면 손학규 전 대표의 제3지대론이 탄력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13 총선에서 전남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이개호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추미애 당 대표가 당선된 것은 당심과 민심에 문심(문재인 마음)까지 더해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그는 “아무래도 최고위원들의 구성이 친문인사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지금까지 추미애 대표의 정치행보, 정치역정을 종합해서 보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친문일변도의 당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내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의원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손학규 전 고문과의 막걸리 회동과 관련해 국민의당 입당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손학규 대표는 현재 당적을 가지고 계신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계에 복귀하면 본인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그 분이 정계에 복귀하는 이유는 대선 출마 아니겠느냐“며 ”그런 측면에서 가장 큰 변수는 현재 지도부의 공정한 대선관리, 또 공정한 대선관리를 통해서 누구든지 최선을 다하면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손 전 고문이 ‘제3지대 정계개편 중심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 당 지도부가 문재인 대세론으로 잡아가면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자신들이 제3지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분석이다.

    박지원 위원장이 더민주에서 추미애 당 대표가 선출된 27일 손학규 전 고문과 단독 회동을 하면서 국민의당 입당을 제의한 것도 이 때문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박 위원장은 이날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바라는 제3 지대가 국민의당이라는 게 입증됐다”며 "손 전 고문에게 '친박당인 새누리당, 친문당인 더민주가 아닌 열린 정당인 국민의당으로 들어와 강한 경선을 통해 강한 후보를 만들어 정권교체의 기틀을 만들어줄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만 손 전 고문은 답변 없이 웃음으로 대신했다는 전언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다음 대선은 양 극단 대 합리적 개혁세력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지난 대선 때처럼 양 극단 중 한쪽이 정권을 잡게 되면 절반도 안 되는 국민을 데리고 나라를 분열시키면서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민의당이 제3지대 적통임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에 복당하지 않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늘푸른한국당’ 창당을 주도하는 이재오 전 의원은 제3지대론에서 미리 ‘텐트’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모 의원은 “새누리당에서도 당을 장악한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특정 후보를 위한 ‘판 깔기’를 가시화할 경우, 비박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며 “일부 비박계 대선주자들의 행보를 제3 지대론과 연결 짓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비박계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더민주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비문 세력을 중심으로 제3 지대론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달 초 한 인터뷰에서 “내가 플랫폼을 만들고 대선행 티켓을 끊어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대선 플랫폼’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의원은 “김 전 대표가 당내 비문 주자들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제3 지대에서 판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친문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경우 김 전 대표의 역할론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미 김 전 대표는 지난 26일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하고 온라인 소통에 나섰다.

    특히 김 전 대표가 8·27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의 회동 요청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거리를 두면서 ‘독자 행보’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 전 대표와의 회동은 고사하면서 손 전 고문과는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종인-손학규 연대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실제 문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문 전 대표 측이 8월 중순 김 전 대표 측에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김 전 대표 측에서 ‘전대 직전까지 일정이 꽉 차 있다’고 해서 무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대표는 문 전 대표가 회동을 제안할 무렵인 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2시간여 동안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 더민주 의원은 제3 지대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추미애 지도부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문 전 대표와 친문 지도부가 비문 주자들에게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내 비주류 사이에선 친문 성향을 가진 온라인 당원의 영향력이 강하게 반영되는 현재 경선 시스템 아래에선 비문 주자들이 문 전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제3지대론을 주장하는 세력이 너무 분산돼 있다”며 “이들이 유력한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결집하지 않으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