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독립운동 VS 밀정, 한 가지 선택을 강요한 '시대의 혼돈과 고통'

    영화 / 서문영 / 2016-09-0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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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일제강점기는 우리 민족에게 있어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점철된 가장 암울했던 시기다. 당시 혼란스러운 국가의 상황은 곧 개인에게까지 영향력이 미쳤다.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밀정‘(감독 김지운)은 단순히 오락적 요소로 관객들을 대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당대의 현실, 같은 민족이 서로를 이분법적으로 대해야만 하는 위태로운 상황들이 ‘밀정’이라는 존재로 함축돼 표현된다.

    의열단과 일본 경찰이 등장하는 ‘밀정’의 구도는 어떻게 보면 간단해 보일 수 있다. 우리 편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과정 하나만 그려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둔갑한 자’를 통해 그가 가진 고뇌, 그 속에서 뿜어 나오는 인간적인 면모를 살필 수 있다.

    지난해 유사한 구도의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은 등장인물들 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음모, 배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케이퍼 무비로 해석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에 비해 '밀정'은 스타일리스트 김지운 감독의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면서 잡아야만 하는 자들과 잡힐 수 없는 자들의 사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숨 가쁘게 펼치면서 결국에는 내면의 고뇌를 강조한다.

    이러한 점이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난 인물은 이정출(송강호 분)이다. 이정출은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로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고 움직인다. 민족반역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 분)을 만난 후 이정출의 인생은 또 한 번 크게 흔들린다. 이와 동시에 의열단 내부에서 밀정을 솎아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며 김우진 역시 내부적인 균열을 겪는다. 어떠한 입장이든 끊임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개인이다.

    의열단과 밀정이 선악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닌, 시대의 명분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은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을 함축하고 있어 깊은 탄식을 토하게 만든다. 이는 이정출이 종종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행동을 통해 블랙코미디로 승화되기도 한다.

    시대극, 그것도 일제강점기 배경에 블랙코미디는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 중 한 가지 감정을 굳이 숨길 필요가 있으랴. 이것이 ‘밀정’을 더욱 흥미롭게 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밀정'은 독립운동가와 일제의 대결이 아닌 독립운동가와 밀정의 대결로 한 민족끼리 아픔을 줄 수밖에 없는 처절한 시대의 아픔과 혼란을 그린다. 과거를 통해 현재의 ‘밀정자’에도 초점을 맞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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