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맞다"… 法, 노조 일부 승소 판결

    사건/사고 / 이대우 기자 / 2017-08-31 16: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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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비는 고정성 없어 제외
    "근로자에 4천244억 지급"… 경영성 어려움 없다 판단


    [시민일보=이대우 기자]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다만 법원은 노조가 주장한 액수의 39%만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31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2가지였다. 하나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또 하나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사측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생기는가였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판단될 경우 신의성실의원칙(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결들이 앞서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사측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생긴다며 '신의칙'에 따라 노조 측 주장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하고 또한 사측이 주장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상여금과 중식대, 일비 가운데 상여금과 중식대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절충안'을 냈다. 일비는 영업활동 수행을 전제로 하는 만큼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4년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금품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례를 남겼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통해 노조 측이 주장한 1조930억원의 38.7%인 4224억만 인정했다.

    기아차 사안에서는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닌 정도의 추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다만 이처럼 원칙적으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다른 업종, 업체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해당 업종, 업체의 부담이 매우 크게 늘어나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어 법정 다툼을 둘러싼 업종·업체별 분쟁은 여전히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정 중 하나였던 '신의칙'은 과거 다른 기업들의 임금 소송에서도 핵심적인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최근 이 원칙을 인정한 사례는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이다.

    앞서 지난 18일 광주고법 민사1부는 금호타이어 노조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조원의 청구를 기각하며 "근로자가 노사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해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도 피해가 미치게 돼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도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지난해 항소심에서 '신의칙' 적용 덕분에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추가 임금 지급으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조선업계 불황을 거론하며 "2014년 이후 거액의 당기순손실을 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추가 임금 지급으로 인해 재무 위기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측에 힘을 실어줬다.

    한진중공업의 통상임금 2심에서도 재판부는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과 누적 순손실로 인해 신의칙이 인정된다며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아시아나항공의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1심은 사측의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1988년 설립 이후 누적 순손실이 1조원 이상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법정수당 등을 추가로 달라는 요구는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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