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근무 거부 '워킹맘' 근로계약 해지
1심 "부당 조치" ⟶ 2심 "직원 노력 안해"
황혜빈
hhyeb@siminilbo.co.kr | 2019-11-05 16:58:54
[시민일보 = 황혜빈 기자] 수습사원으로 일하던 여성이 육아로 인해 휴일에 무단결근하자 회사가 근로계약 해지한 것에 대해 법원이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노태악 부장판사)는 고속도로 영업소 관리 업체인 B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B사는 2017년 고속도로 영업소의 서무주임으로 만 1세와 6세 아이를 양육하는 ‘워킹맘’ A씨를 수습 채용했다가 3개월간 5차례 무단결근했다는 이유 등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애초 오전 9시~오후 6시 일하고 주휴일과 노동절에만 쉬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노동절 외에도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대통령 선거일, 현충일 등에 출근하지 않았다.
또 아침 7시에 출근해야 하는 초번 근무도 5월부터는 수행하지 않았다.
B사에서는 첫 달에 A씨가 초번 근무를 할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킬 수 있도록 외출을 허용했으나, 공휴일 결근 문제가 불거지자 '외출 편의를 봐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자, B사는 소송을 냈다.
재판은 B사가 A씨의 채용을 거부한 데 '합리성’이 있는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회사가 수습평가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근로자로서의 의무'와 '어린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했다"며 "그 결과 A씨가 초번·공휴일 근무를 하지 못해 수습평가 근태 항목에서 절반을 감점당했으므로 채용 거부는 사회 통념상 타당하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A씨의 사정을 헤아려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A씨가) 회사에 자녀 양육 때문에 공휴일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사정을 설명하거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연차휴가의 사용 등을 요청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공휴일의 경우 배우자 등이 자녀를 양육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A씨가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지 않는 이상 회사가 그런 사정을 먼저 파악하고 해결할 것을 기대하기는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근무한 팀의 업무 속성 등도 고려하면,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를 회사가 전혀 하지 않아 일과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1심 판단에 반박하며 B사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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