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괴물 독재자’ 되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0-21 10:24:57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사법개혁안은 대법관 수를 지금보다 2배 가까이 늘리고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해 힘을 빼는 게 핵심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20일 현재 14명인 대법관(조희대 대법원장 포함)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법 시행 후 1년의 유예 기간을 둔 다음 대법관을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이르면 2029년까지 증원을 마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대법관 증원 안이 현실화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증원된 대법관 12명과 더불어 2027년 만 70세로 퇴임하는 조 대법원장과 6년 임기를 마치는 대법관(노태악·이흥구·천대엽·오경미·오석준·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 9명 등 10명을 합쳐 총 22명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26명 대법관 가운데 22명은 이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 정권이 사법부마저 손아귀에 거머쥐게 되는 셈이다.
대체 민주당 정권은 왜 이처럼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혈안일까?
온갖 범죄혐의로 언젠가는 재판을 받아야 할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기 위함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대장동 사건 재판,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재판에 이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도 연기되는 등 이 대통령이 기소된 5개 형사재판 절차가 모두 중단됐다.
단지 중단된 것일 뿐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내일 당장이라도 재개할 수 있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정감사장에 불러 모욕을 주거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대법원장이 혹여 그런 결정을 내릴까 두려운 탓이다. 설사 사법부가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해도 퇴임 후에는 재판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대북송금 사건의 공범 격인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중형을 선고받아 수감 된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1심과 2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지더라도 대법원에서 판결을 뒤집기 위해 자신의 충복들을 대법관에 심어놓으려는 것 아니겠는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이미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했기 때문에 대법관 수를 늘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앉히더라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상 ‘4심제’라고 할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해 무력화하기 위함이다.
입법부를 장악한 이재명 대통령이 삼권분립의 마지막 남은 하나의 카드인 사법부마저 이처럼 장악해버리면, 그 누구도 대통령을 견제할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을 넘어선 ‘독재자 총통’이 탄생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총칼을 든 권력자가 독재가 되었다면, 지금은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행정부 수장이 사실상 사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는 방식의 연성 독재를 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런 방식으로 ‘히틀러’가 되어 가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사법부 개혁은 나라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다. 따라서 매우 신중해야 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일이다. 어느 특정 정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무자비하게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만 한다.
민주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견제받지 않는 사법부,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이 가장 큰 문제”라며 사법개혁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국민 가운데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을 문제 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이다.
따라서 권력을 분산한다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런데 오히려 사법부까지 대통령이 장악하게 만든다면 이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나아가 히틀러와 같은 ‘괴물 독재자’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러다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행 급행열차를 타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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