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맴도는 공포의 속삭임

새영화-여고괴담4

시민일보

| 2005-06-30 20:13:57

이번엔 ‘소리’다.

신인 여배우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여고괴담’(제작 씨네2000·감독 최익환)이 돌아왔다.

최근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여고괴담4:목소리’는 공포영화지만, 예쁜영화”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풋풋한 무서움으로 무장한 여고생들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단순한 ‘예쁜 영화’가 아니기 때문.

‘여고괴담’ 시리즈 1편의 조감독 출신인 최익환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인 ‘여고괴담4:목소리’는 기존 공포영화에 조연급으로 등장했던 ‘소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춘기 여고생들의 정체성과 존재감에 대한 공포를 그려냈다.

공포의 매개체인 ‘소리’는 그간 공포영화에서 영상에 비해 관심을 적게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저 공포분위기만 조성하는 정도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여고괴담4:목소리’는 학교 공간을 배경으로 목소리, 금속장식품이 부딪치는 소리, 비명 등이 메인으로 부각된다.

글쓰는 소리, 발자국 소리, 핸드폰 소리, 시계추 소리 등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의 소리들이 공포로 변해 우리의 목을 죄어 온다.

공포는 음산한 소리로 가득 찬 성원여고 지하 기계실에서 시작된다.

영언과 선민은 이곳을 비밀 아지트로 삼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지만 교내 방송반 아나운서를 맡을 정도로 활기찬 선민과 달리 영언은 뛰어난 노래 실력 외에는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아이.

늦은 밤, 텅 빈 음악실에 홀로 남아 노래 연습을 하는 영언의 노래 사이로 낯선 목소리가 끼어든다. 잿빛 교정을 감싸는 아름다운 화음의 노래 소리. 그날 밤, 영언이 살해된다.

그 후 점심 방송을 진행하던 선민은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영언의 목소리에 그만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만다.

선민은 영언의 목소리가 오직 자신에게만 들린다는 사실이 두렵지만, 목소리만 남은 친구를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어젯밤 쓰러졌다던 엘리베이터 앞은 물론 학교 어느 곳에서도 영언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고심하던 선민은 평소 영언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음악 선생 희연을 의심한다.

그날 밤, 영언과 함께 음악실을 찾은 선민. 깜깜한 음악실에서 선민은 첼로 줄에 목 맨 희연 선생의 시체와 마주하고 경악한다.

잇따른 의문의 사건들로 선민은 영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두렵다. 혼란스러워하는 선민에게 같은 반 초아가 다가선다. 어릴 적부터 귀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초아. 초아 역시 죽은 영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무렵 학교 엘리베이터 통로에서는 목이 찢긴 영언의 시신이 발견되고, 선민에게 들리는 영언의 목소리가 기괴하게 변해 가는데.......

한국 공포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여고괴담 시리즈는 학교를 떠나지 못한 여고생의 원혼, 교환일기에 얽힌 여고생의 비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여우계단 등 학교를 무대로 우리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2005년 여름, 소리가 전하는 공포가 관객들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강현숙 기자 db625@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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