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시민일보

| 2005-10-31 18:27:14

◆‘달구와 손톱’ - 이춘희 -
옛 사람들은 손톱을 깎은 뒤 아무 데나 버리지 않고 한데 모아서 땅에 묻거나 뒷간에 버렸다. 비록 작고 하찮아 보이지만 함부로 깎아 버린 손톱을 먹은 닭이 죽기도 했고, 위생상 좋지도 않았다.

또 변변한 손톱깎이도 없던 시절, 깜깜한 밤에 손톱을 깎으면 자칫 다칠 수도 있고, 혹은 이리저리 튄 손톱을 찾기도 힘들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어른들은 특히 아이들이 손톱을 잘 관리하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했다.

“손톱을 먹은 닭이 죽으면 여우 귀신으로 변해서 손톱의 주인을 죽인다”는 섬뜩한 금기를 전하면서 ‘좋지 않은 일’에 대해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무조건 “~하지마!” 라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요즘보다 훨씬 세련된 방법을 썼음을 알려준다.

이 책은 옛 사람들이 지혜로운 금기를 통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쳤으며, 다분히 위협적인 명령조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해왔음을 익살스런 그림과 재미있는 글로 알려준다.

이춘희 글. 이웅기 그림. 임재해 감수. 언어세상, 40쪽, 8500원.

◆‘세계종교사상사’ - 미르치아 엘리아데 -
“인간 존재로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종교적인 행위다.”

이 책은 종교가 저 높은 하늘의 전지적인 존재와 지상 위의 보잘 것 없는 인간과의 추상적인 관계이거나 고도의 신학적 이론과 정교한 형식 속에 갇혀 있는 낡은 도그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살아 숨쉬는 유기체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 종교, 종교경험, 종교사상은 한정된 언어와 이미지로 정의내릴 수 없는 장대한 인간 정신의 결정체임을 주장하고 있다.

구석기 시대부터 종교개혁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서유럽의 원시신앙에서부터 티베트의 불교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초월하는 인류의 종교경험 전체가 녹아들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수많은 이론과 주의와 의견으로 우리를 미혹시키는 사이렌의 달콤한 유혹의 목소리에 대항해 명철한 지성으로 인류의 삶의 원천을 탐구하게 도와준다.

또한 평생에 걸친 종교학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휴머니즘을 주장하고 있는 저자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1933년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를 지내다 1956년 시카고대학의 교수로 부임해 30년 이상을 가르쳤고, 이 책을 3권까지 집필한 후인 ‘1986년 4월22일 시카고에서 영면했다.

50여 년에 걸친 저자의 학문여정이 집대성된 이 책은 프랑스 문화성의 출판지원을 받아 서울대 종교학과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젊은 학자들이 6년여에 걸친 번역으로 출간된 ‘현대의 고전’이며, ‘20세기 인류의 지적 유산’으로 손꼽힌다.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이학사, 이용주 옮김. 761쪽, 3만3000원/ 최종성, 김재현 옮김. 789쪽, 3만5000원/ 박규태 옮김. 571쪽,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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