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에 묻어나는 김정희의 ‘인간미’

과천시민회관서 11일부터 ‘추사의…’

시민일보

| 2005-11-07 18:23:00

과천문화원(원장 최종수)은 추사 김정희의 일상을 진솔하게 담아낸 편지나 시의 원고 등 ‘추사의 작은 글씨전’이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과천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추사 글씨 탁본전’에 이어 과천향토사연구회(회장 이정찬)와 함께 ‘붓 1000자루와 벼루 10개를 모두 닳아 없애고’라는 주제로 올 두 번째 열리는 이번 추사 기념전은 현판글씨 등 대작이 아닌 작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베어있는 간찰, 시고 등 작은 글씨만을 모았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에는 추사가 제주도 시절 초의 스님께 보낸 18건의 편지 등 66점과, 시 34점, 산문 13점, 기타 그림 포함 11점 등 모두 124점이 전시된다.

특히 이들 전시작품 가운데 추사가 초의에게 보낸 편지첩과 산수화 ‘미가산수’(米家山水), 집안에 전래되는 제문 등 81점은 그동안 한번도 소개되지 않은 오리지널 미공개 작품들이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추사의 친필 간찰(편지)작품 가운데 백미는 완당평전에서 거론한 ‘나는 70년 동안 10개의 벼루를 갈아 없애고 1000여자루의 붓을 다 닳게 했다’는 명구가 실린 작품 , 간찰 글씨치고는 상당히 크게 쓴 이 작품은 추사가 이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의 별지로 추사가 일생동안 글씨에 매진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명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추사가 작품으로 즐겨 쓰던 시구를 모아놓은 절구 등 시 모음 ‘서품십이칙’·‘오언절구’ 등은 집안에서 전해오는 추사의 수진본으로 아직까지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지만 글씨 또한 추사 예서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밖에 2,30대 시절 추사의 일상의 서체를 엿볼 수 있는 세 편의 제문과 추사가 평소 눈병으로 고생을 많이 한 흔적이 편지 속에 많이 거론되는 ‘안질조치대법’, 그리고 제주 유배시절 추사의 생활상을 짐작케하는 ‘물목’ 등 자연스런 운필에서 묻어나는 외적 형식과 생생한 삶의 내용이 한데 어우러진 진정한 글씨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이정찬 과천향토사연구회장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한문 편지를 중심으로 한 작은 글씨전은 추사체의 완숙한 경지를 감상하는 동시에 추사 선생의 구구절절한 삶의 곡절들을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추사의 삶과 예술의 경지를 좀 더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고 학계의 추사 연구에도 커다란 진전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추사의 작은 글씨전’은 오는 11일 오후 5시 개막하며, 추사 김정희 학술 세미나는 이날 오후 1시 과천시민회관 2층 시티홀에서 열린다.

/과천=정용포 기자 jyp@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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