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한국어 제작도 재미있을 것”
인터뷰-佛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작사가 뤽 플라몽동
시민일보
| 2006-02-08 19:34:48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작사가 뤽 플라몽동(64·사진)이 방한기간 중 팬과 언론을 만나 작품 집필 과정에서 개인 생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국 관객들이 매우 진지하게 작품에 집중하고 공감하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한국어 제작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흥행에 힘입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26일까지 공연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비싼 관람료에 대한 비난여론에도 불구, 각종 예매 사이트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며 선전하고 있다.
뤽 플라몽동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국에서 프랑스 뮤지컬이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요인으로 언어가 꼽힌다. 한국 사람들이 불어를 영어보다 낭만적인 언어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적으로 동감한다. 프랑스어는 매우 문화적이고 낭만적인 언어다. 개인적으로도 프랑스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우 많은 노력을 했고 프랑스어가 모국어여서 그런지 몰라도 프랑스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붙여진 ‘불어권 최고의 작사가'라는 타이틀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간 영어로 작품을 써달라는 요청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지키고자 항상 프랑스문학을 고집해왔다.
▲‘노트르담 드 파리'를 관람하는 프랑스와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어떻게 다른가.
-‘노트르담 드 파리'가 파리에서 초연됐을 당시에는 이미 수록곡 앨범이 사전 발매돼 큰 성공을 거둔 터라 관객들이 뮤지컬 멤버들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프랑스인들이 빅토르 위고의 작품들을 워낙 잘 알고 있어 작품 자체가 친숙하기도 했다. 그에 비한다면 한국 관객은 이 작품에 그리 친숙하지 않을텐데 자막이나 극의 흐름을 매우 집중해서 진지하게 관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무대인사를 하면서 한국 관객들의 표정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강렬한 무언가를 느끼고 기뻐하는 그들의 표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음악, 가사, 이야기에 심취해 공감하고 공연 막바지에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감정을 표현하며 열광적인 환호를 보여줘 너무 기뻤다.
▲대사 없이 음악으로 구성한 것은 처음부터 음반 출시를 목적으로 했기 때문인가.
-아니다. 내 스타일이다. 지금까지 5편 정도의 뮤지컬을 만들었는데 모두 비슷한 형식을 띠고 있다. (사실 나는 내 작품을 뮤지컬이라기보다 ‘록 오페라'로 규정짓고 싶다) 현대인들은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 친숙해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 노래 사이사이에 일부러 대사를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노래를 최대한 많이 싣고 노래 안에서 인물들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본인의 작품을 ‘록 오페라’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 음악이 팝이나 록 장르 쪽이고 출연자들이 대부분 팝이나 록을 부르는 가수들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뮤지컬 배우는 오페라도 아니고 일반 대중가수들이 부르는 스타일도 아닌 굉장히 테크닉적인 스타일의 오페레타 형식으로 노래를 한다. 그에 반해 나는 블루스, 록, 팝 등을 부르는 가수, 뮤지컬 무대 경험이 없어도 자기 개성에 맞게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사람을 캐스팅한다. 영화를 촬영할 때 연극이나 무대 경험이 없는 사람을 기용해 신선함을 유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프랑스 문화, 언어의 수호자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에서도 해외 라이센스 뮤지컬보다 창작뮤지컬을 만들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이야기, 좋은 주제 그리고 좋은 음악이 있어야 한다. 우선 한국 문학 등 한국적인 문화 속에서 좋은 주제를 찾아야 한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하며 자기 스타일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버전 제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더 많은 관객층을 수용하고 흡수하기 위해서는 현지 언어 버전이 더 좋을 것 같다. 오리지널 버전은 무대와 자막을 동시에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노래에 담긴 의미도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다. 한국 가수들도 이 작품 수록곡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고 싶어할 것이다. 한국 가수들에게 샹송 스타일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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