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미학 - 만찬展 내일 연다
충무갤러리서 이동재 작가등 5명 초청
시민일보
| 2006-03-20 18:30:30
충무갤러리가 개관 1주년을 맞아 곡물, 지우개 가루, 접착메모지 등 독특한 재료를 활용하는 작가 5명을 초청, 22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재료미학-만찬(萬饌)'전을 개최한다.
참여 작가 이동재(각종 곡류), 박희섭(자개), 류지선(지우개 가루), 이정승원(접착메모지 포스트 잇, 송종림(구슬)은 미술재료로는 생소한 소재들을 가지고 독특한 조형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갤러리측은 “이 재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적인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가공 없이 직접 사용될 수 있다""며 ""현대미술에서는 작가 취향과 구미에 따라 소화할 수 있는 재료군의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현대미술은 기존 전통회화 기법과 정반대되는 ‘재료지향적 미술'을 확장시켜 나감으로써 종이나 캔버스에 연필이나 유화물감으로 표현하지 않고도 다양한 첨단 매체를 통해 표현되고 대량 복제되기도 한다.
이동재는 현미 한 톨 한 톨로 가수 현미, 콩으로 미스터 빈(영어로 bean은 콩을 뜻한다), 쌀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콩과 팥으로 콩쥐 팥쥐를 그려 이중구조적 해석의 묘미를 보여준다.
이 곡물들은 디지털이미지에서 화소(pixel)처럼 캔버스 위에서 점으로 기능해 이미지를 재현한다.
박희섭은 전통적인 장인들에 의해 공예품에 많이 사용돼 오던 자개에 ‘자연의 영원성'과 ‘꿈'이라는 동양 정신을 담아 이미지를 만든다.
두 사람이 자연물로 전통과 현대, 수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독특한 회화적 화면을 보여준다면 류지선은 공산품의 부산물인 지우개가루로 인간의 불투명한 정체성과 현대사회의 허무감을 전달한다.
한지에 지우개 가루와 아크릴로 표현한 ‘꽃2'는 향기로울 수 없는 지우개 가루로 그린 꽃과 그 꽃을 향해 날아가는 나비의 화려한 색상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정승원은 신인상주의 화가들이 광선효과로 분할된 색을 붓끝으로 하나하나 찍어나가는 점묘법을 구가했던 것처럼 접착메모지(포스트 잇)를 이어붙여 모나리자, 마를린 먼로 등의 이미지를 재현한다.
작가는 단순한 재현보다 완성되는 과정 또는 거꾸로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포스트 잇의 색상과 펄럭거림은 현대사회의 분주함과 다양성을 보여주며 포스트 잇을 붙이는 단순 반복작업은 현대인의 정신분열을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송종림의 작업은 좀 더 은유적이다.
작가는 캔버스에 형형색색의 그림을 그린 뒤 둥근 구슬로 표면을 촘촘히 덮어, 구슬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미지가 한번 걸러지고 왜곡, 재편집되는 효과를 꾀한다.
빛의 반사각도에 따라 그림은 흐려지고 흔들리면서 시각적 유희를 넘어 촉각까지 자극하는 감각적인 화면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이번 ‘재료미학-만찬(萬饌)'전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반찬'으로 풍성하게 차려진 현대미술 밥상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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