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풍광'에 스민 제주의 아픈 역사
‘강요배 개인전’ 내달 4일까지 서울 학고재 아트센터서 열어
시민일보
| 2006-03-27 20:51:23
강요배는 제주의 역사와 삶의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제주에서 태어난 강요배에게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특수성을 지닌 제주도는 삶의 모태이자 작업의 화두이다.
‘제주민중항쟁사'전, ‘제주의 자연'전, ‘동백꽃 지다-강요배의 4·3 역사화'전 등은 제주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이에 대한 나름의 시각을 보여주는 일련의 전시들이었다. 강요배는 1990년대 초 제주로 재귀향한 후 새로운 삶의 터전과 작업 공간에 편안히 정착한 감흥을 ‘마음의 풍경’전(2003)에서 선보인 바 있다.
서울 인사동 하고재 아트센터에서 오는 4월4일까지 강요배의 ‘땅에 스민 시간’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 ‘땅에 스민 시간'은 제주의 자연을 주제로 한 점에서 2003년 전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스런 변화가 묻어있다. 그것은 우선 한층 부드러워진 색감과 두드러진 서정성에서 찾을 수 있다.
강요배는 이번 작품에 대해 “강한 명암대비나 필세의 강도를 줄일수록 부드러워지는 한편, 오히려 대상의 표현감정이 커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제주의 아픈 역사의 무게와 그 흔적이 생생한 고향의 섬 풍광을 그려야 한다는 앞선 시기의 강박관념을 덜어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면서 자연히 대상이 주는 감명보다 자신의 속마음 생각과 느낌에 충실하게 되고이를 선명히 표출하려한 듯하다.
‘땅에 스민 시간’이라는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요배는 이번 전시에서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자연과 그 속에 동화돼 서서히 달라지는 작품을 보여주고자 했다. 39점의 근작이 출품되는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대지와 같은 편안한 느낌과 따뜻한 공감으로 다가오리라 기대한다.
강요배, ‘땅에 스민 시간'-메밀밭-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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