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폴로를 입듯 미국인에 빈폴 입히자”
CEO 원대연, 30년 패션경영 노하우 한권에 담아
시민일보
| 2006-10-15 19:35:40
“어느 누구도 한국의 패션 브랜드가 이렇게 일찍 세계인의 가슴에 파고들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본격적인 패션문화가 자리잡은 지 30여년, 그리고 빈폴이 탄생한 지 겨우 12년이 되었을 뿐이다. ‘한국인이 미국의 폴로를 입듯, 미국인에게 한국의 빈폴을 입히자’,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였다. 나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단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에서 넘지 못할 장애를 발견한 때는 자신이 바로 그 목표에서 눈을 돌렸을 때’라는 말이 있다. 나는 빈폴이 폴로보다 뒤늦게 출발한 것을 장애로 보지 않았다.”
‘패션 CEO’ 원대연(60)씨의 회고다.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로 일하다 삼성물산으로 옮겨 패션을 처음 접한 저자는 1996년 삼성물산 생활문화 부문, 98년 제일모직 사장이 됐다. 현직은 삼성디자인학교(SADI) 학장 겸 패션협회장이다. 이런 원씨가 디자인에서 제조, 마케팅, 프로모션, 광고, 유통, 판매에 이르는 30년 패션경영 노하우를 공개한 책이다.
브랜드 하나가 명품으로 인정받으면 우산효과가 발생한다. 다른 제품은 물론 기업 전체의 이미지가 상승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특정 제품이 세계적 명품이 되면 해당 브랜드 생산국의 다른 제품들도 덕을 본다. 명품 브랜드가 절실한 이유다.
제일모직의 ‘빈폴’은 국내 고급 캐주얼 의류시장에서 ‘폴로’보다 잘 팔린다. 토종 상표가 폴로를 누른 예는 어느 국가에도 없다. 빈폴은 노 세일, 플래그십 스토어 등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현시점 이같은 빈폴의 위상은 상당부분 원씨 덕이다. 그는 2가지를 강조한다. 브랜드 가치 경영과 글로벌 경영이다.
‘브랜드 가치 경영’이란 양과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이 아니다. 질과 이미지, 가치 중심의 중장기 경영이다. 혁신적인 디자인 개발, 합리적인 가격 책정, 세일에 의존하지 않는 적극적인 이미지 관리, 고객의 신뢰 구축 등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영’의 목표는 세계시장이다. 모든 나라에서 통하는 국제 브랜드를 만들고 시장을 확대해 세계에서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몰입을 권한다. “나는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을 보면서도 각각의 동작이나 행동이 옷과 어떤 관계가 있는 지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이 옷이 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진정한 전문가는 스스로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 플라워 디자이너는 스스로 꽃이 되어야 하고, 옷을 만드는 사람은 스스로 옷이 되어야 한다”고 귀띔한다.
260쪽 / 1만2000원 / 노블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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