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을 아우르는 카리스마 `김정은`
시민일보
| 2006-12-07 18:04:25
`이번 드라마는 소속사와 결별 후 혼자 선택한 ‘작품 1호’ 라 의미있죠`
혼자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여배우는 많지 않다.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연기력,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카리스마가 요구되는 탓이다.
연기 10년째인 김정은(30)은, 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 덕이다. ‘해바라기’가 그랬고, ‘파리의 연인’이 그랬다.
“해바라기 대본은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도저히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때 사진을 보면 지금은 애기던데요. 연기도 지금보다 그때 더 잘한 것 같고요.”
머리를 박박 깎은 당시의 김정은은 상상이 안 된다. “별은 내 가슴에 때 처음으로 스튜디어스로 나왔어요. 옆모습만 나왔는데 잘 나왔다고 칭찬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진석 감독이 ‘너 또 나와’라고 해서 MBC 25기 탤런트들이 우르르 갔어요. 패션쇼를 관람하는 사람들 중 한명이었는데 나중에는 무대에 서보라고 해서 모델로 서기도 했죠.”
그때 연출자가 이름을 물었다. 이어 김정은에게는 붙박이 배역이 떨어졌다. “원래 없던 역이었는데 박철씨가 지나다니면서 한마디씩 건네면서 얼굴을 비췄죠. 호호”
이렇게 시작한 인연은 ‘해바라기’로 이어졌다. “원래 제 역이 아니었어요. 무동이네 집의 김은정 선배거였어요. 삭발을 해야 하니 망설였던 것 같아요. 갑지기 감독이 대본을 주면서 할 수 있냐고 묻길래 머리를 밀어야 하는 줄도 모르고 하겠다고 했죠.”
이렇게 계속된 김정은의 행운은 가난한 파리의 유학생이 재벌 2세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파리의 연인’까지 이어졌다. 이후 김정은의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파리의 연인 이후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느끼기에도 막 높이는데 한편으로 불안했다고 할까요. 그러던 찰나 정지우 감독을 만나서 사랑니를 찍었어요.”
“죄책감을 느꼈어요. 사람들에게 따라올 시간을 줘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동안 원없이 해봤으니 앞으로는 조금씩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깊어지거나, 요만큼 더 하거나요. 그래도 똑같다면 할 말 없지만요. 노력하는 게 안 하는 것 보다 나으니까요.”
‘루루공주’ 이후 마음고생을 한 듯 하다. “드라마를 마치고 저를 키워주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빠듯한 촬영 스케줄 때문에 투병하는 할머니를 한 번도 못 찾아갔었어요. 그래서 드라마를 마치고 영화 촬영이 예정돼 있었지만 양해를 구하고 할머니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중환자실에 계셔서 면회가 자유롭지 못했죠.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같은 병원에 입원했어요. 밤에는 할머니 병실로 찾아들어가 몰래 옆에서 자고 그랬어요. 그 후부터 할머니가 곡기를 드시기 시작했죠. 그리고 일주일 후에 돌아가셨어요. 할머니 화장하는 자리까지 지킬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습니다. 아마도 할머니가 기다리셨던 것 같아요.”
영화 ‘잘살아보세’를 끝내고 매니지먼트사와 결별,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흥미진진하긴 한데 외로운 일인 것 같아요. 뭔가를 할 때마다 나 혼자 이런 것조차도 못하고 살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연인은 저 혼자 선택한 작품 1호라 의미도 남다릅니다.”
데뷔 이래 줄곧 그녀를 따라다닌 ‘발랄’과 ‘ 코믹’이미지의 테두리에서 서두르지 않는 변화를 시도했다.
“그것의 달콤함도 알고 있지만 기대감도 알아요. 철없을 때는 너무 좋아 했는데 기대감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아 잘해도 못한 게 되더라고요. 옛날 같으면 조바심 났을 텐데 이제 차츰 쌓이고 있어요. 옛날에 없던 미묘함이 생겼어요. 말하지 않고 눈빛으로 하는 대사 느껴지세요? 대사에는 없는데 1~2초 눈빛으로, 속으로 말을 할 때가 있거든요.”
SBS TV ‘연인’에서 김정은은 이서진과 함께 대놓고 사랑할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겉으로는 깡패와 여의사라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지만, 주변 상황을 의식한다는 것이 현실적이잖아요.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으면 당당할 텐데 주변을 의식하는 게 어렵고 재미있어요.”
밤새 우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김정은의 눈은 슬펐다. “9부 엔딩이자 10부 첫 장면을 촬영했어요. 차라리 키스하는 게 났지, 하려다 말고 그런 게 있었어요. 보면 알거에요. 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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