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바다 비집고 나비되어 날아라”
화가 남홍展 예술의전당서 24일까지 열어
시민일보
| 2007-02-13 19:44:38
핏물처럼 튀는 빨강, 불길처럼 번지는 노랑, 재가 돼 번지는 검정, 그 속에서 피어오른 하양.
핏방울처럼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가운데 나비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화가 남홍씨의 ‘우리는 나비다!’이다.
거칠게 파도치는 붉은 바다를 비집고 탄생한 나비는 화려한 색 위를 거칠 것 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작가가 생각하는 ‘나비’는 연약해 보이지만 삶의 오랜 고통을 참아내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 이는 곧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을 헤매던 남씨의 정신세계와 다름없다. 일찍이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지독히 고국을 그리워했던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을 녹여 담았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슬픔을 잊을 수 있는 돌파구다. 인생의 추억을 저장하는 도구와도 같다. 그리움과 향수, 죽음과 부활이 붓끝을 통해 군무를 펼치는 나비가 돼 날아오른다. 또 캔버스에 불 탄 한지 조각을 붙이거나 촛불을 그을리고 태우며 치유하고, 죽음을 통한 부활을 꿈꾼다. 이들을 통해 삶과 죽음, 함성과 침묵은 하나라고 웅변한다.
‘봄’에서 나비 떼는 은하수의 별과 같다. 나비는 저마다의 몸짓을 통해 각자의 개체가 얼마나 뜨거운 열정과 몸짓의 소산인지 말한다. 하나는 전체의 조그만 파편이 아니다. 하나는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인 셈이다.
하나의 나비가 대하를 이뤄 땅에서 하늘로 비상할 때 고정관념과 아집, 상투성, 진부한 일상이 깨지는 듯한 감흥을 느낀다.
그는 번데기를 벗어버리고 날아오르며 해체되고 다시 살아나는 나비에게서 삶의 희망을 발견한다. 나비의 부활은 익숙한 것을 뒤집고 깨어 전진하는 일상이다.
1982년에 프랑스로 건너가 25년째 현지 화단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남씨의 작품이 13~ 2월24일 학고재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걸린다.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 파리 16구청 초대 남홍 한국 전’이다.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남홍의 밤’ 한국 순회전이다. 서울과 대구, 광주로 이어지는 대장정의 출발이다.
정월 대보름의 소지(燒紙) 의식을 작품화한 콜라주로 유명한 남씨는 ‘불과 재의 시인’이라 불린다. 2001년 프랑스 문화협회가 ‘황금 캔버스상’을 수여했다. 2004년에는 프랑스 문화재의 날 기념행사로 오베르 성(城)의 오랑주리 전시관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13일 오후 5시30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오프닝 퍼포먼스가 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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