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감사원 의뢰는 실수…시민단체나 변협에 맡겼어야”
주호영 이준석 “감사원 조사가 좋다는 지도부 입장에 동의”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한 것에 놓고 당내에서 찬반 의견이 팽하게 맞섰다.

장제원 의원은 당이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한 것에 대해 10일 "어설퍼 보인다"며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판단은 실수"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 지도부가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아 한마디 한다. 감사원이 국민의힘 산하기관인가"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야당도 조사를 받으라'는 여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전날 감사원을 방문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의 부동산 거래를 조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입법부와 사법부 소속 공무원은 제외돼 있어 이 의뢰가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장 의원은 "감사원이 정치권이 의뢰하면 법에도 없는 일을 해주는 하청기관인가"라며 "아직도 재보궐선거 승리의 달콤함에 빠져 있는 건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국민은 (국민의힘이)뭔가 찔려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다"며 "감사원으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정식으로 퇴짜를 맞는다면 그때는 더 난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 의원은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이 수장인 권익위에 맡기지 못하겠다는 결정까지는 옳다"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나 참여연대같은 시민단체에 맡기거나 대한변호사협회에 의뢰해서 전수조사를 받으면 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상식에서 벗어나면 정치적으로 보이거나 꼼수로 비친다"며 "국민이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당 지도부는 감사원 조사의뢰를 조속히 철회하고 하루빨리 전수조사를 받을 수 있게 합리적인 조치를 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가운데 조경태 의원도 감사원에서 조사받겠다는 현 지도부의 결정에 거리를 두었다.

전날 KBS 주최 TV토론회에서 조경태 후보는 "민주당에서 권익위 발표가 나왔는데 국민의힘도 권익위에 맡겨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 출신이 권익위 위원장이라고 하지만 그 밑에 일하는 공무원들의 사명감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호영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서 받겠다는 당의 입장에 동의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출연해 “기본적으로는 감사원 조사가 좋다는 당 입장에 공감한다”면서 “공정한 외부기관을 찾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는 것은 민주당 전 의원이 수장으로 있는 권익위보다 전문적이고 엄격한 곳에서 전수조사를 받을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나경원 후보는 조사 기관이나 방식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수조사를 하자는 입장”이라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