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재유행을 이유로 꼽았으나 ‘대화 모멘템 유지’ 의구심
국민의힘 “순간의 감정으로 안보를 담보 잡히는 愚 범해선 안 돼"
[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내달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통일부발(發) 훈련 연기론'이 튀어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심각하다는 점을 훈련 연기론의 주된 이유로 꼽았으나, 그보다는 최근 남북한 당국 간 통신선 재개통에 따른 '대화 모멘텀' 유지 차원에서 '한미훈련 연기'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1일 "순간의 감정으로 우리의 안보를 담보 잡히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우리 공무원 피살은 물론 온갖 막말을 쏟아낼 때는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하고 있다가, 유화제스처 하나에 당장 평화라도 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훈련조차 연기를 운운한다"며 "이러니 이 정권의 대북정책이 감정적이고, 일방적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3월 김여정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문을 발표했고, 지난 20일에도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해 '연합훈련이 한반도 긴장국면의 원인'이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은 마당에, 섣불리 훈련을 연기한다면 가장 좋아할 사람이 누구겠는가"라며 "설령 그렇게 한들 우리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분석이라도 해보았는가"라고 되물었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이미 한미연합훈련은 실기동 없이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지휘소 훈련만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마저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아예 실시되지 않았다"며 "덕분에 실전감각은 물론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 수행능력 검증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에 상존하는 위협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만이 아니다"라며 "국민은 '한반도만큼 군사훈련이 중요한 곳 없다'라던 미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우리 정부가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론 물론, 당국자로서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라며 "훈련 연기가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작년 6월 우리 측 탈북민 단체들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를 비난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실을 문제 삼아 남북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개성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이후 작년 9월 서해상에서는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돼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남북관계는 한껏 얼어붙었던 상황이다.
그러던 중 남북한은 올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의 '4·27판문점선언' 제3주년을 맞아 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 결과 남북관계 개선 방안의 하나로 통신선 복구에 합의했다.
그러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이제 시작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 등 더 노력해 나가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올 후반기 한미훈련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전·후반기 한미훈련은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FTX)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과거 한미 양국군이 함께하는 대규모 FTX를 연 1회 실시했던 데 비해 일단 규모 자체가 크게 축소된 것이다.
이마저도 작년 전반기엔 코로나19 유행 상황 때문에 아예 실시하지 못했고, 작년 후반기와 올 전반기 훈련은 모두 예년에 비해 참가 인원이 대폭 축소된 채로 진행됐다.
그런데도 북한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4~27일 주재한 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에서도 한미훈련을 겨냥해 "적대세력들이 광신적이고 집요한 각종 침략전쟁 연습을 강화하며 우리 국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국방부는 아직 공식적으론 "후반기 한미훈련의 시기·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지만 군 내부적으론 내달 10일부터 나흘 간 한미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를 실시하고, 이어 16~26일 기간 '본훈련'인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연습(21-2-CCPT)을 한다는 계획 아래 각 군 참모부 차원의 준비회의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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