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설 담은 금강산 우슬재··· 동백숲·은적사·미암바위등 볼거리 즐비
한국의 산티아고길 '달마고도 17.74km'··· 12개 암자 있는 수행 길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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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낀 만대산의 일출. (사진제공=해남군청) |
[해남=정찬남 기자]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가보고 싶어 하는 전남 해남군,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생활 속 거리두기가 가능하며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곳, 해남의 힐링 여행지를 찾아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자.
한반도 육지 최남단 땅끝 해남에는 유난히 소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전국 최대 경지면적을 가진 해남에서는 농업에 필수적인 소가 가장 중요하고, 친근한 가축이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해남의 너른 들판과 우뚝한 산세는 우직함의 상징인 소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래서 해남사람들의 인심도 넉넉해 외지인들이 정착하기 좋은 지역이다.
해남군은 걷다보면 명승지요 역사박물관이다.
효종임금(봉림대군)과 그의 동생 인평대군의 사부였던 고산 윤선도 고택을 비롯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구곡구계 십리길 천년고찰 대흥사, “호남이 아니면 조선이 없다(若無湖南是無國家)”는 이순신 장군의 해전사가 살아있는 명량대첩 해협 우수영, “여느 땅과 같지만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곳 땅끝해남” 땅끝으로의 여정, 공룡화석지 등 수 많은 역사와 문화가 찬란히 빛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매력인 명산들의 트레킹 코스는 전국의 산악인들로부터 각광받고 있어 〈시민일보〉는 다가오는 새봄을 맞이해 일상의 지친 마음과 기분전환을 위해 걸어 볼 것을 추천해 본다.
■ 우슬재 사연 깃든 금강산
우슬재(161m)는 옥천면에서 해남읍내로 넘어오는 해남에서 가장 높은 재로, 과거 외부와 해남의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해주던 고개이다. 이곳은 주변 산세가 소가 무릎을 꿇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우슬재(牛膝峙), 재가 높고 길어 재를 넘기 힘들어 무릎이 아픈 소가 고통스러워 울었다는 우슬재 등 여러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해남의 관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해남 사람들은 우슬재를 넘어오는 순간 비로소 고향에 돌아왔다는 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해남 사람들의 애환이 깃든 고개이다.
우슬재에는 해남사람들의 기질과 정서를 짐작케 하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대장군을 배출한다는 옥녀탄금형의 지세를 갖춘 금강산은 해남읍을 안산으로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어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해남은 토호 세력들의 세도가 드세 현감이 부임해 와도 제대로 다스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 때문에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현감들이 많았다. 이때 풍수지리에 밝은 김서구가 현감으로 부임해 오면서 해남 사람들의 기를 꺾기 위해 우슬재를 석자세치를 깎아 내렸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우슬재는 금강산(488m)의 줄기인 만대산과 덕음산을 잇는 고개로 금강산에 올라가면 해남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해남읍의 진산(鎭山)인 금강산은 과거 해남팔경 중 3경이 금강산에 위치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는 산이다.
좌우로 길게 이어진 능선은 정상에 올라서면 장중한 맛을 느끼게 한다.
해남의 진산답게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을 이루며 동백숲을 이룬다. 금강산계곡은 해남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금강산은 북쪽 중턱에 은적사가 자리 잡고 있다. 천년고찰의 유서 깊은 사찰로 비자숲과 울창한 숲이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은적사의 저녁종소리 또한 해남팔경의 하나이다.
금강산의 앞쪽 안자락은 오래전부터 미암산으로 불리고 있다. 이곳은 조선초 학자인 미암 유희춘이 기거한 덕에 나온 지명으로 보이며, 현재의 팔각정 위쪽 능선에 있는 큰 바위를 미암바위(형제바위)라 부르고 있다.
3경의 마지막인 미암청풍(眉岩淸風)이다.
금강산 정상 부위에는 고려 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금강산성이 있다. 산줄기를 이용해 조성된 포곡식 산성은 당시 이곳의 지리적 주요성을 말해 주기도 한다.
금강산은 계곡이 깊어 사시사철 푸른 동백숲과 맑은 계곡물, 다양한 활엽수들이 우거져 해남사람들의 중요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여름뿐 아니라 평소에도 이곳에는 자연 속에 휴식하러 온 군민들로 가득하다.
해남군은 올해부터 3년간 금강산 일대에 총연장 34.26km의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다. 둘레길은 금강산, 만대산 일대 기존임도와 등산로 등 25.89km를 연결하고, 미개설 구간에는 신설임도 8.37km가 조성된다.
둘레길은 해남읍 팔각정(태평정)을 기점으로 마산면 아침재, 은적사, 북창, 송석, 옥천면 신계, 해남읍 금강골 구간까지 이어진다.
현재 등산코스로 이용되고 있는 금강산 산행코스는 ▲금강저수지 ▲삼봉 ▲매바위 ▲만대산 ▲금강재 ▲금강산 정상 ▲우정봉 삼거리 ▲우정봉 ▲금강저수지(4시간30분 소요)까지이며 두 번째 코스는 - 금강저수지 ▲삼봉 ▲매바위 ▲만대산 ▲금강재 ▲금강산 정상 ▲우정봉 삼거리 ▲미암바위 ▲공원 팔각정까지(4시간30분 소요)된다.
■ 아름다운 황금빛 가득, 미황사와 달마고도
미황사(美黃寺)는 땅끝마을 가는 길의 달마산에 자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육지 가장 남쪽에 있는 사찰이다. 아름다운 황금빛 절, 미황사의 창건설화에도 소가 빠지지 않는다.
미황사 사적비에 따르면 통일신라 때인 749년(경덕왕 8)에 석선(石船)이 달마산 아래 사자포구에 닿았는데 금인(金人)이 경전과 부처님상을 가져왔다.
그중 흑석이 저절로 벌어지며 검은 소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소에 경을 싣고 가다 소가 누웠다가 일어난 곳에 통교사를, 누워 일어나지 않는 곳에 경을 봉안한 미황사를 지었다고 한다.
미황사의 ‘미’는 소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워서 따온 것이고, ‘황’은 금인의 색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이러한 미황사 창건 설화는 불교의 남방전래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흔히 달마산은 삼황(三黃)의 미가 있다고 하는데, 삼황은 불상과 바위, 석양빛이 조화를 이룬 것을 말한다.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와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 조화를 이룬 달마산에는 2017년 달마고도가 개통했다.
달마고도는 17.74km에 이르는 달마산 둘레길로, 본래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기계를 쓰지 않고 돌 하나하나를 지게로 날라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 공룡의 등뼈같은 바위 암릉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앞으로는 다도해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땅끝 사람들이 장에 가기 위해 넘었던 옛길이자 달마산 12개 암자를 잇는 수행의 길을 새로 단장해 개통했다. 땅끝의 아름다운 생태가 그대로 살아있고, 미황사를 비롯한 달마산 곳곳에 숨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순례길인 산티아고에 비견되고 있다.
2017년 11월 개통 이후 18만여명의 국내 워킹족이 다녀간 것은 물론, 재방문율도 높아 도보여행의 명소로서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달마고도 산행코스는 - 1코스(2.71㎞) ▲미황사 ▲산지습지 ▲암자터 ▲삼나무숲 ▲제1너덜 ▲제2너절 ▲우정봉 ▲큰바람재- 2코스(4.37㎞) ▲큰바람재 ▲천제단터 ▲암자터 너덜 ▲미라골 삼거리 ▲노지랑골 삼거리 - 3코스(5.63㎞) ▲노지랑골 ▲도시랑골사거리 ▲13모퉁이길 ▲몰고리재 - 4코스(5.03㎞) ▲몰고리재 ▲암자터 삼거리(삼나무숲) ▲부도암사거리 ▲미황사 코스로 연결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개별여행, 걷기여행에 대한 수요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혼자 산행을 하는 ‘혼산족’과 초보 등산객 ‘산린이’(산+어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등산·트레킹 등 비대면 야외 운동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걷기 여행객들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반도가 시작되는 곳, 땅끝해남에서 소의 해 기운을 가득 받아 건강한 새해를 맞는 힐링의 시간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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