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공갈 혐의로 기소된 A씨(52)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 의견을 받아들여 이같이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공소내용을 보면 현대차 2차 협력업체 대표인 A씨는 지난 2018년 6월 평소 부품을 공급하던 1차 협력업체 2곳에 '상생 환경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A씨는 이메일을 통해 각각 19억원과 17억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부품을 계속 납품하는 개별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피해 업체들은 19억원과 18억7000만원을 각각 A씨에게 전달했다.
일반적으로 1차 업체의 지배력에 영향을 받기 쉬운 2차 업체가 도리어 1차 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 생산 시스템과 협력업체 계약 환경 등의 요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재고 비용 절감을 위해 재고 부품을 1∼2일 치만 보유하면서, 부품과 완성차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한다.
이에 1차 업체들이 제때 부품을 납품하지 못하면 차종별로 분당 약 77만∼11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또한 적기에 납품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앞으로 입찰에서 배제될 위험도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현대차 연구소에서 장기간 근무한 경험으로 이와 같은 1차 업체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공장 신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비용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납품 중단을 빌미로 거액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서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리면서도, 양형은 최소 징역 2년 6개월에서 최대 징역 7년으로 의견이 갈렸다.
배심원 판단을 고려해 재판부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 회사들이 그리 큰 규모 회사가 아니고, 이 사건으로 수백명 직원을 둔 해당 회사들이 상당한 경영상 위협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 회사들이 피고인에게 부당한 거래행태를 보였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피고인은 이 사건을 종속적 관계에서 벌어진 사안인 것처럼 주장하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생산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직서열 생산방식에 부당한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인은 오히려 이런 방식의 맹점을 악용해 자신의 경영상 판단 실패 등 모든 비용을 1차 업체들에 전가했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범행 당시 상당한 경영상 압박 상태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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