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문화원 제역할·제기능해야

    기자칼럼 / 이영수 기자 / 2023-06-12 08: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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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수 기자

     
    합천문화원이 근래 수년 동안 파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새 원장 취임과 조직 정비로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시·군 문화원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습, 전통 등을 모두 담아 정리하고 보존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대부분 그 지역에 오래 터 잡아 살면서 수십 년의 경륜을 갖춘 분들로 구성돼 있다. 그런 만큼 문화원장은 물론 회원들은 지역의 어른으로서 원로로 대접받고 있다.

    하지만 근래 수년 동안 합천문화원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은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수년 전 A 원장이 사무국장을 인선하면서 본격적인 문제가 불거졌다. 게다가 A 원장 자신이 형사소추를 당하면서 문제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A 원장이 추천한 사무국장은 이사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정식 사무국장으로 임명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추천한 원장이 형사소추 당하다 보니 이사회 결의가 이뤄지지 않게 됐다.

    이런 과정에 사무국장의 위치가 불확정한 상태가 지속됐다. 합천문화원의 갈등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못한 사무국장은 자신이 사무국장이라며 우기고, 원장을 배제하고 이사회에서  인선한 현 사무국장과 갈등의 대척에 서게 됐다.

    급기야 A 전 원장이 추천한 사무국장은 노동부에 자신이 사무국장이라며 자진 신고하고, 수개월 치의 급여까지 받아 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후 현원장이 취임하였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사무국장의 명의로 이른바 4대 보험으로 불리는 사회보험료가 매달 빠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천 군민들은 왜 급여가 지급되고 있는지, 급여가지급되지 않는다면 사회보험료는 왜 납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본 기자가 취재한 결과 나름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너무 어의없는 모습이다. 한 마디로 전임이든 이후 임무를 맡은 원장이 원만하게 문화원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합천문화원의 이러한 파행으로 지난 2022년에는 합천군으로부터 지원받는 운영비 일부가 중단되기도 했다. 물론 문화원을 잘못 운영했으니 운영비 지원 중단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문화원 본연의 역할과 기능이 중단되거나 파행됐다면 이것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 과정에 합천군의 역할이 무엇이며, 왜 조기 정상화를 위해 적정한 개입을 하지 못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합천군은 ‘일부 운영비 지원은 하지만 내부 운영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태도를 군민들은 얼마나 너그럽게 이해할지도 의문이다.

    아직도 전 A 원장이 추천한 사무국장을 둘러싼 법적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사법기관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바람직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자칫 문화원이 정치적 성향을 띄고 군 행정을 운영하는 군수의 역할에 개입하거나 또는 선거 과정에 부당하게 나름의 역할을 자처하다가 빚어진 사태는 아닌지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만에 하나 이런 부당한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현 원장은 조기에 본연의 위치 찾기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합천문화원의 사무국장 인선 과정 파행이 비단 전 A 원장과 그 사무국장이 책임져야 할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직전 원장과 현 원장, 그리고 현 사무국장의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적절한 시기에 자신들의 거취를 스스로 결단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시기에 합천문화원이 깔끔하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는 기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원장과 임원진들의 각고의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자신의 자리 지킴을 합리화하기 위한 억지 주장이나 논리를 이어갈 경우 더 큰 파장과 질타는 되풀이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기를 바란다. 군민들의 바람에 부응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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