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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오랜 기간 굶주림과의 투쟁이었으나, 먹고살 양식이 풍족해지면서 맞닥뜨린 또 다른 치명적 위협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몸을 거쳐 배출되는 오물이었다. 과거 수많은 인류가 영양 결핍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간의 수명을 갉아먹은 것은 배설물이 섞인 물을 그대로 강으로 흘려보내고 그 물을 다시 마시며 창궐한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었다. 입으로 들어가는 생명의 양분이나 몸을 거쳐 버려지는 오물이나 그 근본은 모두 같은 물질의 순환이다. 그러나 이 버려지는 것들을 철저히 격리하고 처리하는 근대적 하수도(Sewer system)가 정비되고 나서야 인류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국가의 경제와 정치 체제 역시 이와 정확히 같은 이치로 작동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함께 굴러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지만, 자본은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의 빈틈에 영향을 미쳐 카르텔을 형성하고 정치적 방해를 뛰어넘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든다. 인간이 음식을 먹으면 배변이 나오듯, 자본주의가 작동하면 권력과 야합하려는 기득권의 노폐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현대 국가에서 자본과 권력의 분리는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만큼이나 중차대한 과제다. 미국은 자본과 권력의 연결 고리 자체를 무조건 부정하기보다는, 그 부당한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철저히 투명하게 관리하는 길을 택했다. 나는 이것이 바로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정치적 하수도 시스템’이라고 본다.
이 투명한 하수도망 덕분에 미국의 자본은 고이지 않고 끊임없이 효율을 찾아 흐른다. 지난 100년간 미국 시장을 호령했던 거대 기업 중 파산의 파도를 넘고 살아남아 지위를 유지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구글, 애플, 테슬라 등 현재 미국 경제를 견인하는 기업들의 역사는 대부분 50년을 넘지 않는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기업은 도태되고, 자본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혁신 회사로 흘러갔다. 배출과 정화라는 하수도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경제의 신진대사가 극대화된 결과다.
한국의 현실은 이와 극명하게 다르다. 지난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의 거대 기업들은 좀처럼 파산하지 않았고, 상위 30대 기업의 명단은 놀라울 정도로 고착화되어 있다. 오랜 기간 기업의 지형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역으로 자본과 권력이 끈끈하게 유착하여 새로운 혁신 기업으로 향해야 할 자본의 효율적 흐름을 기득권이 철저히 방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썩은 물이 하수도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거리를 범람하는 도시와 다를 바 없다. 이제는 이 막힌 하수도를 정비하여 국가가 진정으로 도약할 시기가 왔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제 권력의 그늘과 기득권 카르텔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들의 경영 능력만으로 냉혹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준비를 해야 한다.
차기 보수 권력의 시대적 사명은 명확하다. 단순히 기득권 자본을 옹호하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철저한 ‘경쟁 우선(Competition-only) 사회’로 국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투명한 자본의 하수도(Sewer system)를 완벽하게 정비하여 정경유착이라는 오랜 전염병을 끊어내고, 대한민국을 극효율적인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국가 개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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