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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이영란
2025년 6월3일, 대한민국은 두 번째 조기 대선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정치와 사법이 구조적으로 뒤틀린 현실에서 유권자들이 마주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국민은 누구를 지지하느냐보다, 누가 더 위험하지 않느냐는 기준 아래서 표를 행사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정치적 승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와 사법이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을 ‘정치검찰의 희생양’이라 호소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검찰을 국정의 중심축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법의 중립성과 정치의 책임성이 함께 무너졌다. 선거는 결국 ‘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과 ‘탄핵된 전직 대통령의 후계자’ 사이에서, 국민에게 주어진 극단적 양자택일이었다.
국민은 긍정의 선택이 아닌,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선택을 강요당했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가 처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정치 체계에 대한 국민 신뢰의 회복이다. 그것이 곧 새 정부의 존재 이유이자 생존 조건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당선이 ‘면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신뢰해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연장을 단호히 거부하기 위해 그를 선택했다. 이 대통령은 부여받은 권한을 절제하고, 사법적 불확실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첫째, 대통령 스스로 ‘성찰과 절제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아직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남아 있는 만큼 피고인 신분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헌법적 균형감각 아래 절제된 통치를 통해 국민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 과거 권력자들의 오만과 독선을 답습한다면, 국민이 준 임시적 신뢰는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
둘째, 사법 개혁은 형식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검찰은 그간 수사와 기소의 자의성, 정치적 유착, 편향된 처분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려왔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대통령의 의지와 제도 설계에서 출발한다. 수사의 독립성과 재판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셋째, 이재명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 통합이다. 이번 선거는 지역ㆍ세대ㆍ이념 간의 균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선거였다. 대구ㆍ경북과 호남, 20대 남성과 40~50대 여성,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인식 차이는 정치적 불신으로 비화했다. 대통령은 국론 분열을 봉합할 수 있는 조정자의 위상으로, 보복이 아닌 통합의 언어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넷째, 다음 선거를 위한 정치 생태계의 복원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이 ‘차악’이 아니라 ‘차선’ 혹은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정치의 책임이다. 정당정치가 양극화의 늪에서 벗어나고, 시민의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도록 정치적 기반을 복원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정치와 사법의 경계를 재정립하고, 민주적 제도를 정상화해낸다면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은 ‘승리자’가 아니라 ‘책임자’다. 국민은 그가 애민의 정신을 실천하고, 헌정 질서의 회복을 이끄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다. 역사에 큰 이름으로 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순간의 승리가 아니라, 제도를 되살리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꾸준한 노력과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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